콩고 출신 기자 E씨와 동성애자인 파키스탄인 A씨는 2009년 법무부로부터 난민인정 '불허' 통보를 받았다. 가슴이 먹먹했다. E씨는 2002년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썼다가 국가기관으로부터 감금과 위협을 당한 뒤 한국으로 피신해 난민인정 신청을 했고, A씨는 동성애를 법으로 금지하는 조국생활에 공포를 느껴 1996년 한국으로 도망을 온 상황이었다.
난민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면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한국에서 불법 체류를 할 수 밖에 없었다. E씨와 A씨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법원을 찾았다. 법무부를 상대로 난민인정 불허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낸 것이다. 이들은 소송 과정에서 자신들의 '공포'가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임을 증명하려 백방으로 뛰어야 했다. 그래야 난민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유엔(UN)의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이하 난민협약)'은 '인종이나 종교, 국적, 정지척 견해 등으로 박해를 받거나 충분한 이유가 있는 공포 때문에 외국으로 탈출한 자로서 자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자국의 보호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 자'를 난민으로 규정하고 있다. 1992년 UN 회원국이 되면서 난민협약에도 함께 가입을 한 한국은 1994년부터 난민인정 신청을 받아왔지만 난민인정 처분을 내리는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 지난 4월 기준으로 1994년부터 난민인정 신청을 한 3073명 가운데 7.6%에 해당하는 235명만이 난민으로 인정을 받았다. 이는 국제사회에서도 최하위 수준이다. 지난해 전 세계 난민 인정률은 38%였다.
E씨와 A씨처럼 우여곡절 끝에 난민인정을 받았더라도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지난해 법무부가 난민 및 난민 신청자를 대상으로 벌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6.9%가 '경제적 곤란으로 끼니를 거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주거지원(42.6%), 직업소개(41.5%), 생계비 지원(43.1%) 등을 난민 지원 필요 사항으로 꼽았다. 현재는 난민 지위를 신청한 지 1년이 넘어야 취업 허가가 가능하며 난민인정 불허 처분을 받는 경우엔 아예 취업을 할 수 없다.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서울 서초구 사파갤러리에서 난민 사진 전시회를 연 김성인 난민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이와 관련해 "난민의 자녀들은 물론이고 한국을 찾은 모든 난민들이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사회 구성원들의 따뜻한 손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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