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이 격노한 ‘나태’와 ‘부정’의 진상은?
[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테크윈의 내부감사 자료를 보고 “세계적인 기업 중 나태와 부정으로 주저앉은 사례가 적지 않다. 삼성도 예외가 아니다.”고 질타한테 대해 과연 삼성테크윈의 ‘나태’와 ‘부정’이 무엇이냐에 재계와 관련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은 8일 오창석 삼성테크윈 사장이 내부감사 결과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지만 개인비리는 없으며 K9자주포와도 관련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의 시각은 삼성의 공식적인 입장과 상당히 다르다.
우선 K9자주포의 경우 그동안 국회에서까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지만 삼성테크윈의 대처는 이 회장의 지적대로 ‘나태’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고를 일으킨 K9자주포의 커플링 경도는 32~38도 사이를 유지해야 하는데 정작 삼성테크윈이 납품한 K9자주포의 커플링은 23~30.5도로 규격에 한참 미달됐다”며 “그러나 테크윈측은 새로운 부품 개발보다는 고장난 부품을 종전의 새 제품으로 단순 교체해주는 작업만 해 문제를 키웠다”고 밝혔다.
문제 부품을 완전히 새로 개발해 이를 배치된 전 차종에 교체적용해야 문제재발을 원천봉쇄할 수 있는데 이를 실행치 않고 안이하게 대응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테크윈 관계자는 "기준 경도를 제시했음에도 커플링 납품업체가 이에 미달하는 제품을 납품하면서 발생한 문제로 현재는 기준적합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단지 잘못이 있다면 최초 납품제품에 대한 품질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K9자주포의 경우 조향장치(진행방향을 바꾸기 위해 바퀴의 회전축 방향을 바꾸는 장치)가 반대로 작동해 사고를 냈고 조사 결과 K9자주포 엔진의 힘을 바퀴에 전달하는 '커플링'이라는 이음새에 문제가 발생해 조향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또 작년 11월 연평도 사태 당시에도 일부 K9자주포가 작동되지 않아 성능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와는 관련해 부품업체와 삼성테크윈과의 부적절한 거래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소문들이 갈수록 무성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테크윈 일부 임직원들이 협력업체와 골프를 자주 친 것으로 드러났다거나 이 회장이 격노할 수준의 금품수수 등이 적발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삼성은 “감사결과는 감사팀만 알고 있으며 오 사장은 비리연루없이 지휘책임을 졌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삼성 관계자는 "부정적발은 경영진단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이며 진단 내용에는 사업기회 상실이나 생산 프로세스, 신제품 기획 등 여러 사항이 포함돼 있어 어느 한 부분을 놓고 이 회장께서 나태와 부정을 지적하신 것은 아닐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나태와 부정에 대한 이 회장의 격노가 앞으로 삼성의 감사시스템은 ‘압박모드’로 전환될 것이 확실되고 있다.
미래전략실 산하 경영진단팀(팀장 이영호 전무)의 위상이 일단 완전독립부서로 될 가능성이 높다. 또 팀장 직급도 전무에서 부사장급으로 격상되고 인원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더불어 부정적발시 처벌수위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은 “감사를 아무리 잘해도 제대로 처벌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전 그룹구성원들에게 부정을 저지르면 큰일난다는 생각을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계열사들도 그룹 방침에 맞춰 감사팀 진용을 새로 짜거나 부서 위상을 높여 부정부패 가능성을 원천봉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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