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말문 틔울 영어시험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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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도형 기자]"학교에서 열심히 영어를 배워도 막상 외국인을 만나면 말문이 터지지 않았습니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고백이다. 그는 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쳐주기 않았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했다. 문제는 점수따기식 영어평가에 있었다. 말하고 쓸 줄 아는 평가를 통해 일선 학교의 영어교육을 바꿔나가야 한다는 의지로 받아들여달라는 주문도 나왔다. 지난 26일 서울고에서 열린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및 영어과 교육과정 개정 방향'에 대한 공개토론회에서다.

이 장관은 암기식 지식을 평가하는 학력고사를 치르고 1979년에 서울대학교에 입학했다. 서울대에 진학할 수 있는 뛰어난 영어 성적을 갖고 있어도 그 점수가 영어로 듣고 말하고 쓰는 능력으로 연결될 리 없던 시절이다.


이런 현실은 오랫동안 변하지 않았다. 1994년부터 지금에 이르는 수능 세대들도 마찬가지다. 수능에서 외국어(영어) 1등급을 받고 대학에 입학한 후배들 역시 외국인 교수와 함께하는 실용 영어수업을 힘겨워 한다. 당연한 노릇이다. 수능 외국어 영역은 객관식으로만 50문항이 출제된다. 영어로 적을 수 없고, 단 한 마디 조차 말할 수 없어도 대학에 진학할 점수를 딸 수 있다.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의 뼈대는 '벙어리 영어교육'을 바꿔보겠다는 것이다. 읽기와 듣기뿐 아니라 '말하기와 쓰기' 평가를 도입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올해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가는 2016학년도부터는 약 135분 동안 영어로 듣고 읽고 말하고 쓰는 시험을 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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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교육은 평가를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 이날 토론회에서 한 교사가 "아이들을 대학에 보내야하기 때문에 실용적인 영어능력과는 무관한 점수따기 교육에 전력할 수 밖에 없었다"고 고백한 것도 같은 의미다.


영어로 말하고 쓸 줄도 알아야 대학에 갈 수 있다면 학교 현장은 실용 영어능력을 길러주는 교육으로 변화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문제는 사교육이 늘어날지 모른다는 우려다. 하지만 사교육이 무서워 마땅히 가르쳐야 할 것을 안 가르칠 수는 없다. 학교에서 제대로 된 영어를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에 학생들은 대학생이 돼서도 영어회화 학원과 해외를 전전하는 것 아닌가.


김도형 기자 kuer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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