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어제 소모성 자재구매 대행(MRO) 사업을 하는 아이마켓코리아(IMK)의 납품 대상을 계열사와 1차 협력사로 한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LG의 서브원도 이날 계열사와 1차 협력사를 주 사업대상으로 하겠다고 했다. 중소기업의 MRO 시장을 더 이상 빼앗지 않겠다는 뜻이다.
MRO는 기업에 필요한 소모성 물품을 대신 사들여 공급해주는 사업으로, 여러 대기업이 계열사의 원가절감을 목적으로 2000년대 초 잇따라 설립했다. 대기업의 MRO는 구매 효율화에 따른 원가 절감, 구매 과정의 투명성 확보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면서도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대기업을 비롯한 신규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효과도 적지 않다.
하지만 당초 계열사의 원가절감이라는 취지와 달리 일반 중소기업, 공공기관, 대학, 병원 등 기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시장까지 잠식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막강한 시장 장악력을 이용해 납품단가 인하, 수수료 부담 등을 강요해 이들의 설 자리를 빼앗고 있는 것이다. 앞에서는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말하면서 뒤로는 딴짓을 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MRO의 주주들이 대부분 그룹 오너 일가인 데다 별다른 마케팅 없이 안정적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의 편법 대물림이라는 부정적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삼성과 LG가 MRO 사업을 축소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하다. 중요한 것은 실효성이다. 중소상공인들은 삼성과 LG의 조치를 반기면서도 완전히 걱정을 떨쳐내지는 못하고 있다. 다른 대기업으로의 영업 확대, 공공기관과 기존 거래처 처리 문제가 명확치 않기 때문이다. 삼성은 기존 거래업체에 대해 고객이 원할 경우 거래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LG는 공공기관 입찰에도 계속 참여하고 다른 대기업으로의 영업 확대를 접지 않을 방침이라고 한다. 사업 축소에 진정성이 있는지 미심쩍은 이유다. 게다가 포스코, 코오롱, SK, KT 등 MRO 사업을 하고 있는 다른 대기업은 아직 움직임이 없다.
대기업들은 눈을 밖으로 돌려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는 게 옳다. 300원짜리 면장갑, 2000~3000원 하는 쓰레기통에까지 손을 뻗치는 것은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