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힘들어요… 도와 주세요." 하지만 아무도 그를 도와주지 않았다. 만신창이가 된 한 여인의 명예는 회복되지 않았고 19층 오피스텔에서 뛰어내린 뒤에야 자유의 몸이 되었다. 한 야구선수와의 열애설로 몸살을 앓다 23일 투신 자살로 삶을 마감한 MBC스포츠플러스 송지선 아나운서(30)의 사연이다. 그를 죽음으로 내몬 범인을 두고 누리세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소셜네트워크(SNS)의 거대한 파워가 한 여인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것이다.


송씨는 이달 초 프로야구 두산베어즈 임태훈 선수(23)와의 열애 사실을 인정하는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하지만 임씨는 "친한 누나와 동생 사이일 뿐 연인 사이는 절대 아니다"며 구단을 통해 열애설을 공식 부인했다. 그러자 지난 7일 송씨의 미니홈피에 그와 임씨와의 관계를 상세하게 묘사한 글이 올라왔고, 이 글은 캡처되어 순식간에 인터넷 공간으로 퍼져 나갔다.

송씨는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라온 글을 삭제하고 트위터를 통해 미니홈피의 글은 자신이 올리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상황은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송씨의 미니홈피는 그를 비방하는 글과 함께 욕설 댓글 수백 개로 도배됐다. 송씨와 임 선수의 관계를 둘러싼 악의적인 루머들도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급속도로 전파됐다. 설상가상으로 송씨와 임 선수 사이의 성적인 관계를 직접적으로 묘사한 악성 루머들도 트위터와 인터넷 카페, 블로그 등 주요 SNS를 통해 인터넷 공간을 뜨겁게 달궜다. 결국 송씨는 자신을 향한 세상의 과도한 관심을 이겨내지 못하고 19층 자택에서 투신하는 비극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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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의 과정에서 보듯 송씨의 죽음은 SNS를 통해 개인의 사생활이 무차별적으로 노출, 유포되는 상황에서 기인됐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미니홈피에 올린 자살소동 암시 글과 소방대 출동 해프닝 이후 송씨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주변의 차가운 시선과 날 선 비난에 고민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임 선수와의 개인적인 연애사가 확대 재생산되고, 단순한 신상공개를 넘어 욕설도 서슴지 않는 누리꾼들의 과도한 관심 또한 그의 죽음을 부채질했다.

몸문화연구소장 김종갑 건국대 교수는 "송 아나운서가 개인적으로 아픈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트위터에 글을 썼는데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며 "인터넷 공간에 쓴 글은 언제든지 확대 재생산 될 수 있고 잡음이 일어날 여지가 있다" 고 지적했다.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지는 개인 사생활 침해와 인권 모독에 대한 사회적 방지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태상준 기자 birdc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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