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甲의 시절 저물어 가나..?
[아시아경제 박현준 기자] "커피 한 모금 마셨다고 골프장 예약 한달 금지" 외신의 '황당 뉴스'가 아니고 대한민국에서 실제 있었던 일이다. 자인관광이 운영하는 '강남300컨트리클럽' 회원 정모씨는 2008년 가을, 골프를 치다 보온병에 담아온 커피를 마셨다고 골프장측에서 벌점 25점을 받았다. 골프장은 '위생과 타인에게 주는 불쾌감'을 징계사유로 들었다. 그러나 골프장은 클럽하우스와 식당에서 버젓이 음식을 팔았고 회원들에게 이용을 권유까지했다. 골프장에서 파는 비타500은 4000원, 콜라ㆍ사이다는 2500원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당시 골프장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회원들에게 횡포를 부렸다고(거래상지위남용행위)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그 후에도 골프장들의 '이런 짓'은 사라지지 않았다.
유통되는 회원권 가격만 14억5000만원인 '황제골프장' 남부컨트리클럽은 회칙을 멋대로 변경해 평일회원들에게 300만원의 연회비를 내라고 강요했다. 모양새를 꾸미려고 동의서를 받는 과정에서 연회비를 내지 않으면 자격을 제한하거나 제명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해서 골프장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동안 챙긴 돈은 51억3000만원이었다. 이번에도 불만은 품은 한 회원이 공정위에 민원을 내면서 과징금 2억원과 회원권 약권을 고치라는 명령을 받았다. 남부컨트리클럽은 공정위에다 "골프장 운용비에 썼다"고 주장했지만 공정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정위는 이른바 '고착 효과(lock-in effect)' 때문에 골프장들이 회원들에 대해 우월적 지위에 있다고 봤다. 고착 효과란 기존의 서비스를 새로운 서비스로 교체하려고 해도 비용(전환비용, switching costs)이 많이 들어 어쩔 수 없이 그대로 머물러 있는 상황을 말한다. 고가의 회원권을 섣불리 사기 힘든데다, 탈회를 하고 돌려받는 입회비가 회원권 시세보다 현저히 낮고, 회원권을 사고파는데도 역시 시간과 돈이 들이 때문에 다른 골프장으로 옮기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헬스장에 6개월~1년치 회비를 먼저 내고 회원으로 가입한 사람이 다른 헬스장으로 가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 구조다.
이런 까닭으로 공정위가 골프장에 제재를 내릴 때는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를 이유로 드는 게 대부분이다.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악용해 상대방에게 불리한 조건을 강제할 때 적용하는 법조문이다.
과거 일방적으로 우월적 지위를 갖던 골프장도 그러나 최근 사회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변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공정위는 주5일 근무제와 여성의 사회진출을 배경으로 골프장 이용인구가 급증하고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2007년에만 2222만명으로 2000년에 비해 70% 이상 늘었다. 이런 회원들을 중심으로 그전까지와는 다른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정보름 공정위 서기관은 "일반인을 중심으로 골프 인구가 늘어나면서 예전과 달리 골프장의 불공정 관행에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만년 갑(甲)이던 골프장도 트렌드 변화엔 두손을 들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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