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놀라운 일도 아니다."


지난해 4·4분기 건설업 성장률이 IMF 외환위기 이후 최악을 기록한 지표에 대한 건설업계 반응이다.

건설산업의 위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09년 1월 시작된 건설업 구조조정 작업 이후 22일 현재 건설업계 상위 100위 건설사 중 워크아웃이나 기업회생절차 등을 밟는 곳은 27개사에 이른다.


특히 최근 법정관리에 들어간 LIG건설이나 최종 부도 위기 직전까지 몰린 진흥기업처럼 대기업 계열 건설사마저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점이 충격적이다. IMF 이후 건설업의 대마불사의 신화는 사라졌지만 그래도 대기업 건설사들은 버틸 것으로 믿어왔기 때문이다.

대형 건설사마저 버티기 전략에 한계를 보이는 것은 국내 주택경기 침체에 일을 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후 주택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각 건설사 마다 미분양, 미입주 물량에 자금이 꽁꽁 묶였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마저 멈추면서 이자만 내는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공공공사 발주 물량도 급감했다. 지난해 국내 건설사의 공공부문의 총 수주액은 38조2368억원으로 2009년보다 34.6%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그나마 4대강 관련 발주량이 있었지만 올해부턴 이마저도 없어진다.


부동산 경기가 최악을 보이는 요즘 보금자리주택 등 품질과 가격은 물론 입지면에서도 뛰어난 공공물량이 쏟아지는 것도 건설사를 옥죄는 요인이다.


이같은 암담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대형 건설사마저 궁여지책으로 빚을 내 빚을 갚는 방법을 선택하며 근근이 버티고 있다. 이렇게 되면 빚을 갚으려고 더 많은 빚을 내게 돼 결국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부채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실례는 현대엠코는 이달 말 만기가 예정된 1200억원의 무보증 회사채를 갚기 위해 지난 25일 회사채 1000억원을 발행했다. 동부건설 역시 최근 6개월 짜리 무보증 회사채 600억원을 발행했다. 이 중 400억원을 회사채 상환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하지만 건설사들의 미래가 더욱 어둡다는 게 문제다. 건설업계가 국내 건설산업 불황 타개책으로 마련한 해외사업에 빨간불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리비아 등 중동과 아프리카지역의 민주화 운동으로 촉발된 내전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올 1~2월 국내 건설사의 수주액은 총 74억달러 규모로 지난해 같은기간 254억달러에 비해 34% 수준에 불과했다.


설상가상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발전시설의 잇따른 폭발로 핵 공포가 확산되면서 건설사들이 미래사업으로 꼽았던 원전 건설사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세계 각국은 원전을 에너지·환경 문제의 대안으로 꼽으며 신규 건설에 박차를 가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2030년까지 30개국에서 건설될 원전은 300여기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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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따지면 700조원에 이르는 신규시장이 창출되는 것으로 국내 건설사 역시 이를 신수종 사업 부문으로 정하고 적극적으로 공략해왔다. 하지만 세계 곳곳에서 원전 반대 목소리까지 높아지면서 수주 목표 달성은 사실상 힘들어졌다는 관측이 높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1년 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 이후 원전 수출 계약 체결이 전무한 상태서 일본 사태까지 더해져 고민이 많다"며 "미래사업 전략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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