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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나의 캐디편지] 레인보우팀의 '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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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잠 때문에 식사도 못하고 부랴부랴 출근을 했습니다.

오늘은 여성 골퍼 네 분입니다. 여성 골퍼가 많지 않은 우리 골프장에서는 이렇게 네 분을 한꺼번에 모시게 되면 저도 모르게 묘한 설레임이나 기대감이 생깁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같은 여자여서일까요?

쟁이 고객님들이 클럽하우스 정문에 아주 화려하게 등장했습니다. 환한 일곱 빛깔 무지개 색 컬러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화사하게 빛나는 의상을 차려 입으신 일명 '레인보우팀'이었습니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즐거운 라운드가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이게 웬일입니까? 한두 홀이 지나니 어질어질하고, 뱃속에서는 밥 달라고 난리가 났습니다. 그린에 도착해 노랑고객님이 어드레스를 하고, 퍼팅을 하려는 순간 눈치 없는 제 뱃속에서는 '꼬르르륵'. 정적이 감도는 순간 네 분과 동시에 눈이 마주쳤죠. 다음 파랑고객님께서 퍼팅 하는 순간 또 '꼬르르륵'. 이번엔 드디어 고객님께서 한 말씀 하십니다. "언니 아침 못먹었구나." "아~~네…."

음 홀로 이동하자 노랑고객님께서 물어보십니다. "근데 여기 골프장은 먹을 것 싸가지고 와도 되나? 안 되는 곳도 많다던데." "네. 우리 골프장은 괜찮습니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골프백에서 맛난 것들이 막 쏟아져 나옵니다. 김밥과 유부초밥, 떡, 초콜렛, 과자, 과일 등. 카트에는 순식간에 먹을 것이 잔뜩 쌓였습니다.

사실 첫 홀부터 꺼내고 싶었는데 제 눈치를 보셨던 모양입니다. 고객님들이 돌아가며 제 입에 김밥과 떡을 넣어주시며 "어~휴. 이거 못 먹었으면 아까워서 어쩔 뻔 했어? 다행이야."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 레인보우팀에게는 가끔씩 나오는 골프장이 즐거운 소풍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배도 채우고 후한 인심에 마음도 가득 채웠습니다. 게다가 연신 '하하, 호호, 히히'. 웃음 바이러스에 감염돼 접시도 엄청나게 깨뜨렸답니다.

스카이72 캐디 goldhann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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