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우리는 정말 전기를 많이 쓰고 있을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자료를 보면, 2007년 우리 국민 한 사람이 시간당 사용한 전력량은 7691kwh(킬로와트아워)다. 국민 한 사람의 시간당 전력 사용량이 1만2417kwh에 이르는 미국보다는 적지만, 우리보다 전기료가 두 배에서 세 배 가량 비싼 일본(7678kwh)이나 프랑스(6803kwh), 독일(6385kwh)보다는 사용량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가정용 전력소비량을 따지면 얘기는 달라진다. 같은 해 우리 국민 한 사람이 집에서 쓴 시간당 전력소비량은 1088kwh로 미국(4508kwh)·캐나다(4522kwh)의 4분의 1 이하다. 프랑스(2326kwh)나 일본(2189kwh)과 비교해도 절반에 못미친다. 바꿔 말하면 전체 전력 소비량에서 산업용 수요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시민단체들은 이 점에 주목한다. 원가 이하로 공급되는 전기요금, 특히 가정용보다 훨씬 싼 값에 파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환경운동연합의 양이원영 국장은 "연간 전력 사용량의 절반 이상을 공장 돌리는 데에 쓰고 있다"면서 "원가 회수율이 높은 주택용 전기요금보다는 산업용 전력, 특히 심야 요금인 경부하 요금 단가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산업용 전기요금의 원가 회수율은 주택용의 3분의 1에 그친다"면서 "정부가 밑지는 장사로 에너지 다소비 업종을 키우고, 여기서 생긴 적자를 국민 세금으로 메우는 실책을 반복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문제는 물가부담이다. 전체 지수를 1000으로 봐 계산하는 소비자물가에서 32개 공공요금이 차지하는 가중치는 163.1. 이 가운데 전기요금의 가중치는 19.0으로 전체 공공요금 중 두 번째로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한파에 구제역이 겹쳐 1월 소비자물가가 4.1%까지 급등한 만큼 전기요금 인상을 거론하는 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전기요금이 올라 기업들의 원가 부담이 늘어나는 것도 고민되는 부분이다. 생산 단가가 오르면 제품 가격이 뛰고 물가 인상으로 이어진다. 수출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도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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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요구한 20여개 시민단체들도 이 점을 고려해 절충안을 내놓는다. 이들은 "정부가 중장기적으로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린다는 신호를 주면 기업들이 그에 따른 대안을 마련하게 돼있다"면서 "당장 요금을 대폭 올리라는 게 아니라 전반적인 에너지 소비 구조를 바꾸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가 불안을 우려하는 기획재정부도 원칙적으로는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동의했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당장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건 물가에 부담을 줘 바람직하지 않지만, 전반적으로 전기가 과소비되고 있는 건 맞다"면서 "가계와 기업이 충격을 받지 않도록 중장기 로드맵에 따라 전기 요금을 현실화 해나가야 한다는 지식경제부의 입장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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