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 옭아맨 '발언' 새변화 기대
[아시아경제 김영무 부국장 겸 산업1부장]'마누라와 자식, 4류, 사과나무, 샌드위치, 천재, 디자인, 창조….'
지난 93년부터 삼성 이건희 회장의 입에서 나온 말들이다. 이 회장은 1987년 12월1일 45세의 나이에 삼성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지난 1일로 회장 취임 23주년을 맞았다. 그는 은둔의 경영자로도 잘알려졌다. 많은 게 베일에 싸여있다. 그러다보니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항상 뉴스의 초점이 될 수밖에 없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공과에 대한 평가도 극과 극을 이룬다.
이건희 개인은 뒤로 하자. 그가 뱉은 단어에만 집중해보자. 그의 발언은 약 20년간을 거슬러보면 '선지자'와 같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사전적 의미에서의 선지자를 말하는건 아니다. 선지자는 자기 사상이나 예측에 의하지 않고 영감(靈感)에 따라 계시된 신탁(神託ㆍ神意)을 전달하고 또 해석하는, 신과 인간 사이의 매개자를 일컫는다. 필자가 말하는 선지자는 신과 인간 사이가 아닌 변화무쌍한 환경과 인간 사이랄까.
그런데 지난 1일 이 회장은 '2010 자랑스런 삼성인 상'에 참석, "새로운 10년이 시작되는데, 옛날 10년하고 달라서 21세기 10년은 굉장히 빠르게 온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정신을 차리고 저도 긴장해야 하고, 임직원들도 신경 써서 더 열심히 해야 하겠죠." 라고 말했다.
여기서 필자는 '긴장'이라는 단어에 주목했다. 특히 "저도 긴장해야 하고"라는 발언.
올해 삼성전자에서 분기에만 5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만든 쾌거를 기록한 그에게서 긴장이라는 단어가 왜 나왔을까. 그것도 '저도'라며 스스로를 옭아매는 발언도 이례적이다. 항상 '이래야 한다'며 던지던 이 회장이었는데.
긴장이라는 단어로 인해 이 회장이 그동안 했던 말들을 다시 한번 되돌아봤다. 그러다 보니 그의 발언에서 잘 보이지 않지만 단단하게 엮어진 흐름을 읽게 됐다. 대한민국 사회를 관통했던 순간 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그것도 너무 생생했다. 흔히 역술을 하는 사람들은 10년을 1년으로 본다고 한다. 그들에겐 보통 80년이 되는 인간사가 단지 몇 년에 불과한 셈이다. 결국 흐름의 분수령이 되는 고점과 저점의 모멘텀이 되는 부분들로 압축해서 보는 게다.
이건희 회장은 항상 길목에서 대한민국 사회를 향해 송곳같은 화두를 던졌다. 그의 발언은 대한민국의 패러다임(paradigmㆍ어떤 한 시대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근본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테두리로서의 인식의 체계)을 바꾸었다.
이번 '이건희의 긴장'은 우리 사회를 넘어 글로벌적으로도 '또 다른 패러다임 시프트'를 예고하는 것이다. 긴장이 앞으로 우리 사회에 어떻게 그 모습을 드러낼지는 역시 두고볼 일이다. 이번에는 두 눈 부릅뜨고 이건희발 패러다임 시프트의 모멘텀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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