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늦은 예측, 작전에 개미들 피해 속출..소형주 탐방보고서 객관성 결여 심각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일부 큰 손 및 기관투자자들의 내부 정보 입수를 통한 사전 주식 매입. 이후 증권사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와의 해당 기업 공동 탐방 후 공개되는 장밋빛 보고서가 애꿎은 개미투자자들만 울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리포트가 나오는 시점이 해당 종목 주가의 '고점'을 의미한다는 점, 유통 물량이 미미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소형주들 사이에서 일명 '세력'들이 활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은 업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로 간주돼 오고 있다.


일부 소형주를 둘러싸고 형성된 의혹에도 불구 특별한 물증이 포착되지 않을 경우 사실상 색출이 어렵다는 점은 투자자 심리를 더욱 왜곡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련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에 시가총액 1000억원 미만의 소형주들의 탐방 및 리포트 작성을 전담하는 공공기관 성격의 리서치센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거래소(KRX)가 우량 소형주 발굴 차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KRP시스템의 확대 및 재구성이 좋은 대안으로 꼽혔다.

#1 지난 6월 지인으로부터 시가총액 500억원도 채 되지 않는 A 종목을 추천받은 K씨. 처음으로 시작하는 주식 투자로 생전 들어보지 못한 기업인만큼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기를 수 개월. 오랜 고민 끝에 K씨는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발간하는 A 종목 탐방 리포트를 보고나서야 투자를 결심하게 됐다. 실적 턴어라운드, 신규 투자, 중장기 성장 전망 등 각종 호재성 소식들로 가득한 관련 리포트를 보면 마치 그 기업에 직접 탐방을 떠난 것처럼 후련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2 주식투자를 위해 3년 동안 불입한 적금을 최근 해약한 투자자 I씨. 올해 증시가 2000선까지 간다는 주변 지인의 말을 듣고 무작정 주식투자를 선언했지만 마땅한 종목을 찾기가 쉽지 않아 증권사 리포트를 하나씩 살펴봤다. 그리고 발견한 소형주 한 종목.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살펴보니 최근 기관투자자들과 외국인들도 매수 행렬을 이어가고 있었다. 쌍끌이 매수세와 장밋빛 보고서는 I씨 마음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3 올초 B 종목의 실적이 턴어라운드될 것이라는 소문이 일부 증권 관련 포털 사이트를 통해 돌자 이를 확인코자 해당 기업에 직접 전화를 한 투자자 L씨. 하지만 공정공시 규정에 의거해 알려줄 수 없다는 대답만 얻게 되자 증권사 리포트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3일 후 '실적 턴어라운드 예상'이라는 제목이 L씨의 눈길을 끈다. 증권사와 개미투자자의 정보 접근성에 대한 차별화가 마땅치 않다는 생각도 잠시 L씨는 해당 종목 매수에 나서게 된다.


소액 투자에 나서는 개미투자자들은 한번쯤 경험해봤을 법한 종목 선정 과정이다. 종목 정보에 대한 접근의 한계로 선뜻 투자에 나서지 못하는 개미투자자들 사이에서 증권사 종목 리포트는 일종의 투자 로드맵으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문제는 해당 리포트가 객관성을 100% 담보할 수 없고 오히려 리포트 공개 시점이 매도 시점을 의미한다는 것이 증권가에서는 공공연한 비밀로 나돈다는 점. 기관투자자와 업체를 대상으로 영업을 해야하는 증권사 입장에서 내부 정보 활용, 탐방 및 리포트 작성에 대한 사주 등에 대한 의심에서 자유롭지 못한 탓이다.
투자자문사를 운영중인 20년 경력의 한 전문투자자는 업계에 형성된 이른바 '작전' 공식에 대해 털어놓았다. 그는 "A그룹은 작전 세력들의 먹잇감으로 인식돼온지 오래됐다"며 "그 중 한 계열사가 올해 목표가 됐다"라고 설명했다. 그의 증언은 구체적이다. 그는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지만 올 2ㆍ4분기께 흑자 전환한다는 내용과 하반기께 액면 분할이 시행될 것이라는 내부 정보가 3월부터 흘러나왔다"며 "이후 일부 큰 손들을 중심으로 1차 주가 부양이 일어나게 됐다"고 전했다.


해당 종목에 대한 2, 3차 주가 부양은 증권사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가 직ㆍ간접적으로 관련돼 있다. 그는 "소형주의 경우 1만원대 주가가 형성되면 해당 세력들이 펀드매니저들과 구두 계약을 통해 개인계좌로 해당 주식을 매입하게 한다"며 "이렇게 2차적으로 주가가 부양되면 마지막으로 펀드를 통해 공식적으로 해당 종목을 매입함과 동시에 애널리스트가 작성한 리포트가 시장에 공개되면서 주가는 곤두박질치게 된다"고 밝혔다. 이는 주가 부양이 가능한 소형주들이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투자' 대상이 아닌 '투기'의 온상임을 의미한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도 업계 구조상 리포트가 객관성을 100%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을 시인했다. 그는 "호재성 정보를 애널리스트가 사전에 입수한 이후 기관투자자들과 공동 탐방을 떠날 수 있다"며 "하지만 철저하게 오프라인으로 이뤄질 경우 밝혀내는 것도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유일한 대책은 의심의 여지가 있는 소형주의 경우 리포트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현 증권가 구도의 한계를 자인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실시되고 있는 한국거래소 등 증권 유관기관의 제도를 이용하면 이같은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거래소는 투자정보 확산 차원에서 코스닥 소형종목에 대한 생산을 증권사에게 위탁하는 KRP시스템 운영중이다. 이를 소형주 전담 리서치센터로 공식화할 경우 부족한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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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증권사 센터장은 "수익과 연관성이 없는 공공기관 성격의 소형주 전담 리서치센터가 소형주 발굴과 개미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며 "KRP시스템 운영에 투입되는 1년 예산 30억원이면 중소형 증권사 리서치센터 1년 예산과 맞먹는 규모"라며 취지에 비해 투자자의 호응이 낮은 KRP의 변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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