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기훈 기자] 미국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기업 보수 규제안이 보너스를 줄이는 대신 오히려 기본급을 늘렸다는 주장이 나왔다. 마치 혹 떼려다 혹을 붙인 꼴이 됐다는 것이다.


2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주 케네스 파인버그 미 재무부 급여 차르(Pay Czar·급여 업무 최고책임자)가 내놓은 보수 규제안에 적용되는 7개 기업의 경영진 136명의 평균 기본급은 38만3409달러에서 43만7896달러로 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 삭감 대상 기업은 미 정부의 구제금융을 수령한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과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제너럴모터스(GM), GMAC파이낸셜서비스, 크라이슬러그룹, 크라이슬러파이낸셜 등 총 7개사.


이들 기업에 재직 중인 경영진 136명 중 89명의 평균 기본급이 증가했으며 17명은 줄어들었다. 나머지 30명은 동결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총 기본급 증가액은 700만 달러에 달했다.

7개사 중에서 5개 기업 경영진이 기본급이 인상됐으며 특히 씨티그룹 경영진의 기본급이 가장 많이 올랐다. 씨티그룹은 급여 삭감 대상 21명의 87%에 이르는 18명의 급여가 총 420만 달러나 늘었다.


미 재무부 역시 WSJ의 이번 조사로 나타난 사실에 대해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급여 삭감 대상에 속한 기업들이 경영진 보수 체계 관련 규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파인버그에게 불만을 토로했고 파인버그 또한 이를 반영해 일부 경영진의 기본급 인상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특히 보너스 규제로 인한 우수 인력의 유출 가능성에 대한 기업들의 입장을 파인버그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파인버그의 결정을 지지하는 모습이다. 금융 위기의 단초를 제공한 기업들의 고액 보수 논란은 기본급의 문제보다는 과도한 현금 보너스가 문제였다는 점에서 이번 판단은 옳았다는 것이다.


제스 프라이드 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는 "보수 규제안의 핵심은 현금 보너스에 있다"며 "파인버그의 결정은 인재를 지키기 위한 기업들의 의사를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앞서 파인버그는 정부의 구제 금융을 받은 7개 기업의 고액 연봉자 25명에 대한 현금 보수 지급액을 지난해에 비해 평균 90% 삭감하도록 지시하고 이들에게 주어지는 보너스를 포함한 총 보수를 50%가량 깎도록 하는 보수 규제안을 발표했다. 경영진의 기본급 상한선은 50만 달러로 정해졌다.


그는 또한 월가 경영진에 주로 한정된 보수 삭감안을 미국 내 전체 기업에 적용할 것이라고 밝혀 미 전체 기업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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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미 재무부는 파인버그가 장기성과를 바탕으로 한 보수 책정 방식의 도입과 주식 형태의 급여 지급 등 본인에게 주어진 임무를 거의 완벽하게 수행했다며 호평을 내렸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파인버그는 자신의 임무를 훌륭히 해낸 만큼 칭찬 받을 만하다"며 파인버그를 한껏 치켜세우기도 했다.

김기훈 기자 core8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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