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85세를 일기로 서거한 가운데 각국 주요 외신들이 일제히 소식을 긴급 타전하고, 그의 굴곡진 정치 일생과 업적을 집중 조명했다.


 외신들은 김 전 대통령을 햇볕정책으로 남북 관계를 크게 개선시킨 민주화 지도자로 평가했다. 개인적으로는 혼란스러웠던 한국 현대사와 함께 파란의 삶을 살았던 인물로, 정치적으로는 '아시아의 넬슨 만델라'로 평가될 만큼 평화와 민주화를 앞당긴 거목으로 치하했다.

◆ 아시아의 넬슨 만델라 = 뉴욕타임스(NYT)는 김 전 대통령이 서방 지지자들로부터 '아시아의 넬슨 만델라'라고 불릴 정도로 한국의 민주화와 남북관계 개선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평가했다. NYT는 지난 1970년대 김 전 대통령이 박정희 정부에 맞서 반정부 운동을 벌이다 중앙정보부(현 국정원)에 의해 납치돼 죽을 고비를 맞기도 했다며 평탄하지 않았던 그의 삶을 전했다.


 일본의 산케이 신문도 김 전 대통령이 반세기가 넘는 정치 인생 가운데 수 차례에 걸쳐 죽음의 순간을 맞이했음에도 모든 시련을 극복하고 '민주화의 투사'로 불리게 된데 대해 높이 평가했다.

 신문은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에서 각각 3번씩 낙선하고, 반세기가 넘는 정치인생 가운데 6년간의 투옥 생활과 3년간의 망명생활, 6년반에 걸친 자택연금, 교통사고와 납치사건, 사형판결 등 평탄치 않은 정치인생이었지만 모든 시련을 극복, 독재, 군정, 민주화 사이에서 크게 흔들린 한국의 현대 정치사를 몸소 드러낸 삶이었다고 극찬했다.


◆ 햇볕정책 최대 업적 = 주요 외신은 김 전 대통령의 가장 큰 업적으로 2000년 남북정상회담 개최와 햇볕정책을 꼽았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1953년 한국전쟁 휴전협정 체결 후 처음으로 남북 지도자간의 회담을 추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남을 성사시켰다.


 이는 한반도가 둘로 갈라진 이후 전례없는 긴장 완화를 이끌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김 전 대통령은 이와 함께 북한에 대한 '햇볕정책'을 실시해 남북 철도 연결과 개성공단 건설 등 남북관계를 크게 진전시켰다.


 김 전 대통령은 남북관계 개선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 200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NYT는 김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민주화 운동가로서 그가 겪었던 고난과 노력의 보상인 동시에 전쟁 후 50년간 남북 간의 불신과 적개심을 떨쳐내는 계기를 마련한 댓가라고 말했다.


 다만 일본 산케이신문은 김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2대에 걸친 친북 정권이 대북정책에 그늘도 가져왔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총 1조7800억원에 달한 일방적인 대북지원이 오히려 작금의 부작용을 낳았다는 설명이다. 신문은 일각의 발언을 인용해 "전 정권의 무조건적 지원으로 북한은 핵개발을 발전시켰고 인권문제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 경제 수렁에서 탈출구 마련 = 네 차례의 도전 끝에 1998년 야당 후보로는 처음으로 대통령에 당선 된 김 전 대통령은 외환위기로 피폐해진 한국의 경제를 살리는데도 크게 기여했다고 주요 외신은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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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의 봉황TV는 그가 73세 고령에도 대통령에 당선된 후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한국경제를 신속히 복구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밖에 일본 언론은 김 전 대통령 덕분에 뼈아픈 과거사로 한국에서 금지돼온 일본 영화와 만화, 출판 등 일본대중 문화가 개방됐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미래 지향'의 한일관계를 주장하며 일본 영화 상영과 가요 공연 등을 단계적으로 해금, 이는 2002년 월드컵 한ㆍ일 공동 개최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김동환 베이징특파원 donkim@asiae.co.kr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김기훈 기자 core8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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