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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특사 박근혜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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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문제가 발표될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조선중앙통신의 중년여성 아나운서. 그녀가 오늘 새벽 모처럼 미소를 머금은 채 온화한 음성으로 “위대한 지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을 접견하셨습니다”고 짧게 언급하는 모습을 TV로 보았을 것입니다.

북으로 간 클린턴에게 김 위원장은 억류된 두 미국여기자의 특별사면이란 귀국선물을 준 반면, 개성공단에서 억류됐던 현대아산의 직원에 대해서 전혀 언급도 없는 걸 보고 왜 우리나라 사람들이 기를 쓰고 미국시민권을 얻으려고 애쓰는가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북·미간의 굵직한 현안들은 대부분 그런 식으로 풀려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처음엔 미국이 강경하게 정치적 압박을 가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물밑 접촉을 통해 북의 체면을 살려주고 원하는 걸 챙겨가는 실리외교의 전형이지요.

‘유모씨’-이상하게도 우린 그의 이름도 모릅니다. 비록 한 회사원의 인권문제이나 우리 정부가 북의 협상시스템을 간과하고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다른 시각으로 보면 핵이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핵 때문에 모든 현안이 매몰되는 대북정책은 국방만 있고 외교와 통일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금강산관광 중단문제를 포함해서 교착된 남북대화에 정공법이 안 통하면 특사나 밀사를 통해 매듭을 푸는 것이 정상적인 접근입니다. 판문점에서 마주앉아 아랫사람들과 백날을 얘기해봐야 남·북이 얼굴만 붉히고 돌아서지 실속이 없음을 자각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김정일을 만나서 그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군지 생각해보면 딱히 ‘이 사람이다’ 할 인물이 별로 없습니다. 한때 일부에서 DJ카드를 거론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의 건강과 편향성 때문에 이제 물 건너간 대안입니다.

반기문 UN사무총장은 최근 방북을 타진했으나 북측이 거절했다고 하니 더욱 대체할만한 인사 폭이 좁아졌습니다. 그렇다면-물론 친이(親李)세력들은 펄쩍뛰겠지만-대북특사로 박근혜 의원을 생각할 때가 됐다고 봅니다. 작금에 MB의 포용성도 보여주고 지친 국민들에게 신선한 뉴스도 제공할 겸 말입니다.

그녀에게 차기 총리를 운운해봐야 MB의 진정성이냐는 논란만 불러 일으키고 막상 받아들일지도 불확실합니다. 당 대표를 맡기에도 시기상조인데다 엄연한 정치실세임에도 불구하고 정치구도 상으로 별로 할 일이 없다는 현실을 온 국민들이 다 알고 있습니다. 그녀에게 할 일을 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정치력입니다.

물론 2012년 대권구도만 따지면 어림도 없다는 계산이 나오겠지요. 지지도 1위 정치인에게 날개를 하나 더 달아주는 셈이라고 보면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김정일 위원장과 대등하게 악수할 수 있는 위상을 가진 정치인이 이명박정부 안에는 단 한명도 보이지 않는 걸 어찌합니까.

오랜만에 대지의 잔열을 몰아낼 태풍의 눈 하나가 서서히 북상 중입니다. 이참에 지루한 대치가 계속되는 평택 쌍용차공장의 검은 연기와 국회의 미디어법 대리투표 공방세트까지 함께 내몰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입추가 이틀 남아 그런지 폭염 속에서도 하늘은 연일 푸르고 높아만 갑니다. 저 창공을 가로질러 날아가는 평양발 워싱턴행 비행기 속에서 석방된 여기자 둘이 자유롭게 까르르~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시사평론가 김대우 pdik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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