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의 소동으로 혈우병 환자들만 피해를 입었지요"
혈우병 환자들의 모임인 한국코헴회 김영로 사무국장(43)이지난 22일 기자에게 한 말이다. 혈우병 치료제 '노보세븐'을 만드는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노디스크와 정부가 최근 약값 인상에 합의해 치료제 공급이 재개된다는 소식을 듣고서다.
노보노디스크는 하루전인 보건복지부 약제급여조정위원회가 결정한 33.2%의 가격 인상 조정안을 받아들이고,약 공급을 재개하는 한편, 20억원의 제품을 무상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단, 1년후 재협상을 해야하기로 했다.
노보세븐은 여러 가지 혈액응고제 가운데 7,8,9 응고인자가 동시에 결핍된 중증 혈우병 환자에게 꼭 필요한 치료제로 대체치료제가 없는 제품이다.이에 따라 전국 2000여명 환자 가운데 중증 환자 30여명은 이 약을 구하지 못해 큰 고통을 겪어야 했다.
건강보험공단은 지난 해 6월 약값 책정 기준이 되는 7개국의 노보세븐의 가격과 국내 가격을 비교해 약값을 45.5% 내렸으나 제약사인 노보노디스크측은 7개국중 일본에서 값이 올랐고 지난 해 경제위기로 환율이 올랐다며 약값 조정을 요구하다 지난 5월부터 약 공급을 중단했다.
노보노디스크측의 약가인상 요구에 대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지난 2월 노보세븐은 필수약제가 아니라고 결정을 내린 것은 문제를 더 악화시켰다. 심평원은 '약제급여 평가위원회 평가결과'보고서 "혈우병환자들은 훼이바, 면역관용요법 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적시, 노보세븐에 대해 대체약이 있는 2차 치료제로 판단했다.
그러나 훼이바로 치료가 안 되는 혈우병이 있는데다, 면역관용요법은 치료법이 아니라고 한국코헴회 등은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국장은 "필수약이 아닌 2차 치료제로 지정되면 출혈이 멈추지 않아도 2~3일씩 효과가 없는 다른 약을 주사받다가 중태에 빠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 국장도 훼이바가 듣지 않는 환자다.
심평원은 이 때의 결정에 대해 "사람마다 약의 효과가 다른 측면이 있고, 세부적인 부분을 제외하고 전체적 측면을 고려해 필수약제가 아닌 것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보고서에는 약제급여 평가위원회의 결정을 인용, "세부적으로는…훼이바가 잘 듣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환자는 노보세븐이 반드시 필요한 환자"란 의견을 검토했다고 적혀있다. 심평원도 혈우병 환자 가운데 대체약이 없는 경우가 있음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국내 혈우병 권위자인 김효철 아주대 의대 교수가 지난 3일 노보세븐이 꼭 필요한 혈우병 환자가 있다는 요지의 의견서를 냈다. 그는 "노보세븐의 공급이 안 되면 과거 20~30년전으로 치료수준이 후퇴한다"고 지적했다. 건의가 수용되면서 노보세븐이 정말로 필요한가하는 논쟁은 일단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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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준 기자 hjunpar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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