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욱 "거시적·미시적 건전성을 한 기관이 모두 감독하는 건 문제"
허경욱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3일 한국은행에 은행 등 개별 금융기관에 대한 독자적인 조사권을 부여하는 내용 등을 담은 한국은행법 개정 논의에 대해 “거시적 건전성과 미시적 건전성을 한 기관이 모두 감독하는 건 문제가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견지했다.
허 차관은 이날 출입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국제 논의에서도 개별 기관에 대한 검사는 미시적 건전성을 담당하는 기관에 맡기는 게 낫다고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개별 은행들의 입장에선 대출을 줄이는 게 올바른 선택이 될 수 있지만, 거시정책을 담당하는 기관의 입장에서는 경제 전체의 대출 총량을 늘리는 게 맞다”는 게 허 차관의 설명.
허 차관은 “미국이 최근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금융회사를 감독할 수 있는 포괄적 권한을 부여하는 등 거시적 감독을 강화한 건 중앙은행이 주법은행에 대한 감독기능을 갖고 있지만 새로운 상품이 나오고 비금융이관의 비중이 커지면서 감독할 수 있는 영역이 전체 70%에서 20%로 줄었기 때문”이라며 “현재로선 이 문제에 대해 국제적 규범이 만들어지고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을 때까지 기다리자는 게 우리 입장이다. (여기엔) 한은도 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앞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 4월 한은의 설립 목적에 금융안정 기능을 추가하고 거시건전성 감독을 위해 제한적으로 금융기관에 대한 단독조사권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은법 개정을 추진코자 했으나, 재정부와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등 관계 당국이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논의가 유보됐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보다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한은법 개정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에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키로 한 상태다.
또 허 차관은 한은과 금융감독원의 정보 공유 문제와 관련, “앞으로 두 기관 간의 자료 공유량이 엄청나게 늘어나 상호 불신의 벽이 낮아질 것”이라며 “2주 내에 발표할 수 있을 정도의 결론이 날 것”이라고 밝혔다.
허 차관에 따르면, 한은과 금감원 간의 정보 공유는 '절대로 공유해선 안 되는 것'을 제외한 모든 자료를 전산망을 통해 직접 제공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이뤄지되, 요청한 자료의 등급에 따라 금융위와 한은의 결재권자가 달라지게 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허 차관은 “(두 기관의) 권한이 늘어나는 만큼 정보유출시 책임 문제 등 또한 명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 차관은 이날 간담회에 앞서도 오전 한은, 금융위, 금감원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실무회의에 참석, 상호 정보공유 확대 및 공동검사제도 개선 방향 등에 대한 논의를 가졌다.
더불어 허 차관은 최근 경제상황에 대해 “‘왜 침체와 위기를 낭비하냐’는 얘기가 많다”고 전하며 “현재의 상황을 활용해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은 구조조정이 늦었기 때문인 만큼, 큰 그림을 보고 구조조정에 나서 ‘좀비 기업’을 솎아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허 차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예산 과다 책정 논란과 관련한 물음에 “4대강 사업은 일자리 창출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예산의 대부분이 인건비로 간다”며 “더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예산을 늘릴 수도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또 허 차관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추진하는데 어려움이 많은 원인은 “청와대나 정부에 정책 홍보기능이 없기 때문”이라면서 “작년 ‘촛불시위’ 당시 인터넷상에 수많은 얘기가 흘러가는데도 정부 부처 어느 누구도 대응하지 못했다. 대통령선거 당시엔 캠프에 이 부분을 담당하는 조직이 있었는데 530만표차로 압승하면서 그 필요성을 못 느끼게 된 것 같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장용석 기자 ys41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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