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相生 기업 생태계가 바뀐다] <8> 협력사와의 아름다운 동행 '두산그룹'

핵심 계열사 "협력사 일은 곧 내 일" 세심한 배려
기술개발·직원 교육지원 등 경쟁력 높이기 앞장



지난 1997년 맥주시장 1위 탈환을 위해 대대적인 마케팅을 전개하던 두산이 느닷없이 모든 주류 광고와 프로모션을 중단했다.

당시 외환위기 사태 직전 자금난에 부딪힌 대기업들이 연이어 문을 닫았고 벌어졌고 주류업계도 예외일 수 없어 두산그룹의 경쟁사들도 부도 위기 직전까지 몰린 상황이었다. 두산 마케팅팀은 더할 나위 없는 기회가 찾아왔다며 보다 강력한 마케팅 기획안을 마련했지만 경영진은 정반대로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모든 프로모션을 중단시켜 버린 것이다.

“상대방의 약점을 이용해 1등을 차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경쟁사가 정상화 될 때까지 모든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면서 “경쟁사와 함께 발전해야 두산도 성장할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10여년이 지난 현재 두산그룹은 주류사업에서 손을 땠다. 당시 사업을 밀어부쳤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이익을 희생하면서까지 상도덕을 지킨 두산그룹의 용기있는 결단은 국내 기업계의 훈훈한 미담을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두산그룹의 상생 정신은 협력업체와의 관계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두산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두산과 협력관계에 있는 모든 이해관계자들 또한 함께 성장, 발전해 나가야 한다.”

지난해 11월 서울 프라자 호텔에서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 두산그룹 5개 계열사 사장단과 협력사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두산 상생협력 및 공정거래 협약 선포식’에서 박용성 두산 회장은 이렇게 밝혔다.

박 회장은 “상생협력팀 신설로 상생협력 노력을 체계화하고 협력업체와 국산화 공동개발 등에 나서는 것은 물론 공정거래위원회 가이드라인을 적극적으로 지켜 정부의 상생협력 정책에 동참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주)두산과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엔진, 두산메카텍 등 5개 계열사는 1760개 협력사와 함께 2007년 9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하도급공정거래협약’에 참여하고 있다. 하도급공정거래협약이란 공정한 하도급거래질서 확립과 상생협력 기반조성을 위해 대-중소기업이 협약을 체결하고 공정거래위원회는 협약 이행 우수 기업에 대해 직권조사 면제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새로운 개념의 상생협력 방안이다.

협약 체결 이후 두산은 ▲합리적 단가 산정을 위한 계약 체결 ▲협력업체 선정·등록·운용 ▲하도급거래 내부 심의위원회 설치·운용 등 상생협력을 위한 3대 가이드라인을 도입했다.

3450억원 규모의 네트워크론을 시행해 사내 협력사의 경우 100% 현금결제를 적용하는 등 실질적인 금융지원을 하고 있다.

네트워크론은 우수협력업체가 두산 계열사에 대한 납품 실적만으로도 원자재 구매와 생산에 필요한 자금을 낮은 금리로 시중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한 것으로 협력사의 자금난 해소에 기여하고 있다.

협력업체를 위한 배려에도 앞장서고 있다.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엔진, 두산메카텍 등 두산 핵심 계열사가 있는 경남 창원에선 협력업체 임·직원들 간의 교육, 기술지원, 원자재 구매대행, 해외 동반진출 및 수출지원 등 다양한 상생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두산메카텍의 경우 협력업체 외국인 근로자들의 기숙사와 주차장을 신축했으며, 두산중공업은 또 협력업체에 전용작업장을 무상으로 빌려주고 창원공장 내 전용식당, 중식 무료제공, 사내직원 수준의 휴게실 등을 제공하고 있다.

각각의 계열사가 매년 정기적으로 협력업체 경영진과의 간담회 및 워크숍을 개최해 커뮤니케이션 극대화에도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이와 함께 협력사의 대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기술개발 지원 및 보호, 교육 훈련 지원 등을 담당할 협력사 지원전담부서도 설치하기로 했다.

두산 관계자는 “두산 상생경영의 특징은 두산과 협력사와의 구분을 없애고 각자의 애로사항을 같이 머리를 맞대 해결하는 것”이라면서 “협력사와 두산의 문제는 따로 보면 별개일 수 있지만 실제는 밀접한 관계로 연결됐기 때문에 작은 불편사항도 함께 풀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두산의 노력은 벌써 결실을 이루고 있다. 두산엔진은 지난 2월 공정위로부터 하도급거래 모범업체로 선정됐다. 두산엔진은 최근 1년간 현금성 결제비율을 100%이어야 하고, 지난 3년간 공정거래 관련법 위반 사실이 없어야 하는 조건을 충족해 2년간 서면 실태조사를 면제받게 됐다.

두산엔진은 또한 중소기업청이 주관하는 ‘아름다운 동행상’도 두 차례나 수상했다. 아름다운 동행상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제정한 상으로 서로 합심해서 신기술이나 제품을 개발하고 매출 신장에 기여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주어진다.

지난해의 경우 협력업체인 금용기계와 공동으로 선박엔진의 배기밸브에 조립되는 스핀들을 듀라스핀들(Dura-spindle) 공법으로 개발하는 데 성공해 수상자로 선정됐다.

앞서 2006년에는 협력회사 원일과 공동으로 선박용 전자제어엔진(RT-Flex)의 핵심품목인 커먼 레일 유닛(Common rail unit)을 국산화해 아름다운 동행상을 받았다.

수입 의존도가 높았던 두 제품의 개발은 두산엔진과 협력업체의 매출 증대는 물론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 경쟁력을 상승시키는데 기여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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