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그래도 희망을 쏜다] <2> '맞춤' 배우자 찾는 영악한 20대들


최근 결혼정보업체에 가입한 김모(25세, 여)씨는 가입 당시 특이한 조건을 내걸어 커플 매니저를 난감하게 했다. 그녀가 원한 조건은 결혼 후에 아이를 낳지 않아도 되는 상대를 찾는다는 것. 김씨는 "4살 많은 언니가 결혼해 아이와 씨름하는 모습을 보면 진저리가 난다"며 "자신의 이런 마음을 이해할 줄 수 있는 남자가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녀는 조금이라도 어린 나이에 가입해야 원하는 남자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결혼정보업체를 찾았다고 덧붙였다.

최근 취업난으로 직장 대신 결혼을 선택한다는 '취집'이라는 신조어가 생긴 반면 자신의 미래를 위한 '맞춤' 배우자를 스스로 찾아나서는 20대가 늘고 있다. 부모가 재촉하지 않는데도 결혼정보업체에 스스로 가입하는 20대 초중반 여성들이 점차 증가하는 것이 그 예이다. 실제 결혼정보업체 듀오에 따르면 작년 한해 동안 신규 가입한 회원 중 20대의 비율은 여성의 경우 37%에 달한다.

이렇듯 20대 후반, 30대 초반이 아닌 20대 초중반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원하는 배우자를 찾아나서는 이유는 단순히 취직이 어려워서만은 아니다. 결혼에 관한 계획을 미리 세우고 자신이 원하는 조건의 배우자를 직접 찾으려는 영악한 20대들이기 때문이다.

20대의 '맞춤' 배우자 찾기 노력은 이들이 요구하는 배우자의 조건에서도 나타난다. 결혼정보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20대들은 다른 연령층에 비해 원하는 조건이 다양하다. 여전히 경제력이 우선시하는 조건이긴 하지만 20대들은 이외에도 자신이 원하는 요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궁합을 알아보고 맞지 않는 상대는 만나지 않겠다는 20대들도 있고 결혼 후 자신과 여행을 함께 갈 수 있는 상대를 찾는다는 이도 눈에 띈다.

2년 전 모 대학 법학과를 졸업하고 로스쿨 준비를 하고 있는 이모(25ㆍ 여)씨도 조건을 내걸고 결혼을 승낙한 경우다. 그녀는 사법고시에 합격한 남자친구가 프로포즈를 하자 로스쿨 학비를 대줄 수 있는지를 당당히 물어봤다. 올해 말 결혼예정인 그녀는 "
변호사가 되고 싶은 꿈을 절대 포기할 수 없지만 학비를 대기 위해 부모님에게 기대기는 더욱 싫었다"며 "경제력도 있으면서 미래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남자라 결혼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런 관념은 20대 여성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작년 10월 결혼한 박모(27 ㆍ 남)씨는 부모님 소개로 지금의 부인을 만났다. 한국 남성들 평균 결혼연령이 만 31.1세임을 고려할 때 26살에 결혼식을 올린 박씨는 이른 편에 속한다. 그가 이런 선택을 한 이유는 장인이 중소병원을 운영하고 있어 의사인 박씨의 미래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속물적이라는 비판을 들었을 예전과 달리 조건을 보고 부인을 선택했다고 당당히 말하는 그를 친구들은 부러워한다. 그보다 한 살 아래인 부인도 이를 섭섭해 하지 않는다.

그는 "물론 사랑도 중요하지만 자아실현을 위해 배우자의 조건을 보고 결혼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또 "조건을 보고 결혼한 커플이 이혼률이 더 낮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고 덧붙였다.

결혼을 일찍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20대들에게 결혼은 끝이 아닌 인생의 도약 발판이다. 사랑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미래를 위한 배우자의 조건도 중요하다는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이들이 바로 지금의 20대들이다.

김보경 기자 pobo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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