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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신문 이혜린 기자]치열한 월화극 경쟁에 뛰어든 SBS '자명고'가 2일 오후4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제작발표회를 열고 베일을 벗었다.
이날 제작발표회에서 '자명고' 제작진은 낙랑국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자명공주(정려원)의 활약을 선보였다. 나라보다 사랑이 더 중요한 낙랑공주(박민영)가 북을 찢으려 하자 이를 막아서고 액션신을 소화하는 등 자명공주의 멋진 모습이 연출됐다.
그동안 사극에서 '대장금' 등 여성을 주인공을 내세운 바는 있지만, 영웅을 여성으로 설정해 극을 끌어가는 드라마는 '자명고'가 처음이다.
정성희 작가는 기획의도에서 "이제는 쏟아지는 남성영웅담이 지겹다"면서 "조국을 위해 사랑하는 호동(정경호)의 가슴에 칼을 찔러 넣는 자명공주를 가능한 아름답게, 눈물겹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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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명공주 역으로 타이틀롤에 도전하는 정려원은 제갈량과 잔다르크를 참고해 한국판 여성 영웅을 완성했다. 그는 "실제 모델이 있으면 롤모델 삼기 쉬운데, 미지의 것을 연기하는 부담이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한 후 "그러나 생각을 바꾸면 이렇게 연기한 사람이 없기 때문에, 상상 속에서 해낼 수 있는 게 많아서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자명공주가 예지력도 있고, 신통한 능력을 많이 갖고 있다고 해서 제갈량을 먼저 떠올렸다. 책사이자 신녀인 자명공주가 제갈량의 지략을 많이 닮아야 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한 남자를 사랑하지만 백성들 때문에 그 사랑을 희생해야 하는 여자의 면모로서는 잔다르크 같다는 생각도 했다"면서 "이것 저것 비교하면서 내 나름대로 캐릭터를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 드라마의 첫번째 장벽은 KBS '꽃보다 남자'가 될 전망. 시청률 30%를 넘으며 F4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재벌드라마와 맞붙어 초반 관심도를 끌어내야 한다.
'자명고'의 여성 상위 콘셉트는 '꽃보다 남자'의 재벌2세 신드롬과는 반대편에 서있기도 하다. '꽃보다 남자' 속 금잔디(구혜선)가 이 남자, 저 남자를 오가며 왕자님들의 구원을 받는 스토리로 여성들을 판타지의 절정에 끌어놓은 것. 장기불황으로 팍팍해진 일상에 사랑밖에 모르는 완벽한 남자들로부터 구원받는 스토리로 이슈를 몰고 있는 것만큼 '자명고'와는 정반대의 매력을 발산해 성공한 상태다.
배우들은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중. 정려원은 "열심히 했기 때문에 사랑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있다"면서 "그러나 이미 연기를 하면서 연기가 얼마나 행복한지 알았기 때문에 시청자 반응은 보너스일 것"이라고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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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 희망을 품을만한 요소는 '꽃보다 남자'가 3월 말에 종영될 것이라는 점. 또 '자명고'가 오히려 '꽃보다 남자'와 맥락이 닿아있는 부분도 있다. '꽃보다 남자'를 왕자님으로부터 구원받는 스토리가 아닌, 꽃미남 F4를 소비하는 드라마로 해석할 경우, 여권이 신장된 트렌드와 '자명고'가 동일선상에 있다고 해석될 수도 있는 것.
또 남성 의존형인 금잔디의 캐릭터를 두고 일부 여성 시청자들 사이에 '수동적이다'라는 비판이 일고 있어, 이는 '자명고'가 공략할만한 틈새시장이 될 가능성도 있다.
재벌2세에 열광하던 대중이 여성 영웅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질 수 있을지, 우유부단 캔디형 금잔디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명고'가 얼마나 시원하게 여성 시청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인 것.
배우와 감독들은 '신선한 사극'이라는 데에 방점을 찍었다. 이 작품으로 데뷔 23년만에 첫 사극에 도전하는 문성근은 "내가 사극에 들어가서 과연 어울릴지 자신이 없어 그동안 사극을 찍지 않았다"면서 "그런데 이번에는 뭔가 다를 거라는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극은 왕실 내부의 이야기가 많아서 중장년층이 많이 봤는데, 이번에는 20대 젊은 남녀의 사랑, 배신, 죽음, 갈등을 그리고 있어 신선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았다. 분명 새로울 것이라는 생각에 출연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정 작가도 "그동안 사극을 봐오면서 사극이 고구려 등 승자의 입장에서 그려지는 것을 봤는데, 이번에는 시선을 달리 해 약소국의 입장에서 역사를 그려보려 했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10일 1~2회 연속방송되는 '자명고'는 고대 낙랑국의 여성 영웅 자명공주의 일생을 다룰 예정이다. 낙랑공주와 호동왕자의 설화를 바탕으로 한날 한시에 태어난 이복 자매 자명과 낙랑공주 라희의 이야기에 중점을 두며, 설화 속 신비의 북 자명고는 구국의 운명을 타고난 자명공주로 재해석됐다.
'국희', '패션70s' 등을 집필한 정성희 작가가 극본을 맡았고, '올인', '발리에서 생긴 일' 등을 연출한 이명우 감독이 연출한다. 9일은 스페셜 방송된다.
이혜린 기자 rinny@asiae.co.kr 사진 박성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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