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가디언, 영국 작가 조합 이메일 공개
"나토 메시지, 향후 이야기에 담기기를"
일부 작가 "예술을 전쟁 지지에 이용"

이란 전쟁 장기화와 주독미군 감축 등으로 유럽의 안보 위기가 커진 가운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TV·영화 제작자들을 만나고 있어 '프로파간다'라는 지적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기자회견장을 떠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기자회견장을 떠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AD
원본보기 아이콘

연합뉴스는 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을 인용해 "나토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벨기에 브뤼셀, 프랑스 파리에서 영화 및 TV 전문가들과 최근 세 차례 회의를 가졌다"며 "다음 달에는 영국 런던에서 영국 작가 조합(WGGB) 소속 시나리오 작가들과 만나 일련의 비공개회의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회의의 주요 주제는 '유럽 및 그 너머의 변화하는 안보 상황'으로 알려졌으며, 현재 나토의 하이브리드·사이버·신기술 담당 부사무차장을 맡고 있는 제임스 아파투라이 전 나토 대변인 등이 참석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가디언이 입수한 WGGB 이메일에는 "나토는 협력과 타협, 우정과 동맹을 키워가는 것이 앞으로 나아갈 길이라는 믿음 위에 세워졌다", "이처럼 단순한 메시지라도 향후 이야기 속에 담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는 내용이 적혔다. 가디언에 따르면 해당 이메일에는 "이번 회의들은 이미 세 개의 별도 프로젝트 개발로 이어졌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나토 깃발이 헐럭이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나토 깃발이 헐럭이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이에 대해 영화 '크리스티'의 작가 앨런 오고만은 "나토가 영화와 TV를 통해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파하려는 시도"라며 "명백한 선전"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것을 긍정적인 기회로 제시하는 건 현실 감각이 없고 미친 짓"이라며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이 나토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 출신이거나, 나토가 가담하고 조장한 전쟁으로 고통받은 국가에서 온 친구나 가족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회의에 초청된 다른 시나리오 작가들이 예술이 전쟁을 지지하는 데 이용된다는 사실에 꽤 불쾌해했다"고 했다.


시나리오 작가 겸 프로듀서인 파이살 A 쿠레시는 "정보기관이나 군 당국의 브리핑이라는 '출처를 밝힐 수 없는 세계'에 발을 들이는 창작자들이 빠지기 쉬운 위험은, 마치 자신이 어떤 비밀 지식을 얻게 된 것처럼 착각하게 되는 데 있다"며 "그 결과 도덕의 기준이 느슨해지고, 더 큰 목적을 위해서라면 인권 침해조차 정당화할 수 있는 '회색 지대'가 존재한다고 믿을 수 있다"고 말했다.

AD

이러한 행사에 대해 한 나토 관계자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픽션 작가를 대상으로 한 일련의 세션 중 네 번째 행사"라며 "업계 관계자들이 나토가 무엇이며 어떻게 운영되는지 더 알고 싶어 하는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WGGB 측은 "우리는 외부 기관으로부터 회원들에게 전문적으로 유용하거나 흥미로울 수 있는 행사 초청을 받는다. 이런 교류가 반드시 해당 기관에 대한 지지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라며 "작가들이 자유롭게 질문하고 정보를 얻을 기회를 제공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