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돌이킬 수 없는 피해” 지적
피해자 측 합의 등 참작
최근 ACC 작동 중 사고 잇따라

고속도로에서 스마트 크루즈컨트롤을 켠 채 졸음운전을 하다 사고 처리 중이던 경찰관과 견인차 기사를 치어 숨지게 한 30대 운전자가 징역형의 실형을 면했다.


30일 연합뉴스는 전주지법 정읍지원 형사1단독 정성화 부장판사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39)에게 금고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전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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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A씨는 지난 1월 4일 오전 1시 51분께 서해안고속도로 상행선 고창 분기점 인근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몰다가 앞서 발생한 사고를 수습하던 경찰관과 견인차 기사를 들이받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A씨는 사고 당시 시속 128.7㎞로 주행 중이었으며, 차량의 스마트 크루즈컨트롤 기능을 켜놓은 상태에서 졸음운전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스마트 크루즈컨트롤은 앞차와의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하며 속도를 조절하는 운전자 보조 기능이지만, 완전 자율주행 기능은 아니어서 운전자의 전방주시와 조작 개입이 필요하다.

특히 이 사고로 전북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12지구대 소속 이승철 경감이 순직했다. 이 경감은 순직 후 녹조근정훈장에 추서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고속도로에서 졸음운전으로 피해자들에게 사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야기했으므로 죄책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피해자 측과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자율주행과 달라

이번 사고는 최근 잇따르는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관련 사고와 맞물려 다시 안전 논란을 키우고 있다. ADAS는 차간거리 유지, 차로 유지, 충돌 방지 보조 등 운전자의 부담을 줄여주는 장치지만, 운전자 책임을 대체하는 기술은 아니다. 현대차그룹도 레벨2 수준의 주행 보조 기술은 일반적으로 ADAS로 불리며 운전자를 돕는 기능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 고속도로에서 적응형 정속주행장치, 즉 ACC를 켠 차량의 사고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가 발표한 통계를 보면,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전국 고속도로에서 ACC 기능 사용 중 발생한 사고가 31건, 사망자가 21명에 달한다. 올해도 앞선 사고와 같은 유사 사례도 이미 발생한 바 있다. 지난 1월 15일 오전 1시 22분께 서해안고속도로 당진 방향 304㎞ 지점에서는 앞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은 차량 뒤를 화물차를 뒤따르던 승용차가 충돌해 화물차 운전자가 숨졌다. 경찰 조사에서 뒤따르던 차량은 ACC 기능을 사용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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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업계와 교통 당국은 크루즈컨트롤, ACC, 차로 유지 보조 등 기능이 장거리 운전 피로를 줄일 수는 있지만, 운전자가 졸거나 전방주시를 소홀히 해도 되는 장치는 아니라고 강조한다. 특히 야간 고속도로, 사고 수습 현장, 정체 구간, 공사 구간처럼 돌발 상황이 많은 환경에서는 센서가 모든 위험을 즉각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 일각선 이번 판결을 계기로 스마트 크루즈컨트롤 등 첨단 기능에 대한 운전자 교육과 경고 표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차량 기능이 고도화될수록 '자율주행'과 '운전 보조'의 차이를 명확히 알리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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