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에도 '조각거래소' 결론 안 바꾼 금융위…심사기준 어땠기에
NXT·KDX 예비인가…루센트블록 653점으로 탈락
‘준거래소’ 잣대 적용, 자본력·사업계획·내부통제 중시
"샌드박스, 인가 보장 아냐" 기술탈취 의혹은 공정위로
논란은 거셌지만 결론은 바뀌지 않았다. '기득권 대 혁신기업' 구도로 번졌던 토큰증권(STO) 장외거래소 예비인가를 두고 한 달 넘게 고심한 금융위원회는 스타트업 루센트블록을 탈락시킨 기존 증권선물위원회 판단을 유지했다. 이번 인가는 '누가 먼저 시장을 열었는가'보다 '누가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가'에 무게를 둔 결과라는 평가다.
혁신보다 '인프라·안정성'에 방점
1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예비인가를 받은 두 컨소시엄의 외부평가위원회 총점은 넥스트레이드(NXT) 컨소시엄 750점, 거래소(KDX) 컨소시엄 725점이다. 반면 탈락한 루센트블록은 평가항목 중 자기자본, 사업계획, 이해상충 방지 체계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아 653점에 그쳤다.
여기에는 STO 장외거래중개업을 사실상 '준(準)거래소'로 판단한 금융당국의 시각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거래소는 혁신 기업을 뽑는 자리가 아니라 시장을 맡길 수 있는 조직을 선발하는 과정"이라며 "총량 통제와 시스템 리스크 관리가 가능한 조직인가가 핵심이었을 것"이라고 자기자본 등의 중요성을 짚었다.
사업계획 또한 '비전'보다 '확정성'이 주요 평가 기준이 됐다. 황석진 동국대 교수는 "사업계획은 비전이 아니라 실현 가능성과 내부 통제 체계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 운영 전략과 준법 시스템, 감독 대응 체계가 구체적으로 설계돼 있는지가 관건이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장외거래 인프라가 발행·유통·중개 기능이 얽히기 쉬운 구조인 만큼, 지분 분산과 특수관계인 통제 등 이해상충 방지 장치도 주요 평가 요소로 작용했다.
특히 금융위는 지난 13일 정례회의에서 현 심사기준이 스타트업에 불리한지, 샌드박스 사업자에게 인가 보장 또는 배타적 운영권이 발생하는지, NXT컨소시엄의 기술탈취가 있었는지 등 그간 제기된 쟁점들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확인했다. 결국 해당 논란들이 인가 기준을 뒤집을 수준이 아니라고 결론 내린 셈이다. 다만 루센트블록이 제기한 NXT컨소시엄의 기술탈취 문제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 행정조사 개시 때 본인가 심사절차가 중단된다는 조건이 붙으면서 공정위 판단에 맡겨지게 됐다.
제도화 본격화…남은 과제는
금융당국은 이례적으로 19페이지 분량의 보도참조자료까지 배포하면서까지 이번 예비인가의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하고 나선 상태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혁신기업 생태계를 둘러싼 제도적 과제도 분명히 남겼다. 규제샌드박스를 거친 사업자가 본 인허가에서 탈락하면서 '샌드박스의 출구' 설계 문제도 다시 부각됐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샌드박스는 테스트 기회일 뿐이라는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실증을 거친 사업자가 인허가에서 전면 탈락할 경우 투자자 보호와 엑시트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샌드박스 기간을 더 짧게 가져가야 한다. 연장하고 심사를 더 자주 하더라도, 대신 갱신·심사는 더 촘촘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과제로 '기능별 동일 규제' 원칙의 정교화와 샌드박스-본 인허가 간 연결 구조 정비 등을 꼽는다. 동일한 투자 위험에는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고, 본인가 단계에서 조건 이행과 이해상충 통제의 실효성을 엄격히 점검해야 시장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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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금융법연구센터장은 "동일 투자 위험이 있다면 동일 규제하는 기능별 규제가 필요하다"며 "정부는 감시자 역할에 충실하면서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주식 미러링 방식(기존 주식을 토큰으로 1대1 연동하는 구조)으로 시작하겠지만, 지분을 세분화하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심사·평가 기간을 두고 신뢰를 줄 수 있는 모델을 갖춰야 한다. 3~4월 전까지는 법 아래 행정조직을 정비하고 산업 육성 기반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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