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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영혼을 파괴하는 악마…'젊은 영혼' 더 쉽게 집어삼킨다[뉴스인사이드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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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마약, 미래세대를 파괴하다
지난해 10대 마약사범 649명
2020년 대비 두배 넘게 늘어
20대 67%·30대 44% 증가
디지털 플랫폼 활용 유통구조
연령 낮을수록 재발위험성↑

스무 살 청년이 지난해 말 대마초를 피우다 붙잡혀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열여덟이던 2022년 12월 처음 대마에 손을 댔고, 이듬해 보호관찰소 선도 조건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그런데 그의 집에는 피우다 남은 대마초가 있었고, 결국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지난해 9월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미성년 여학생이 있다. 그는 필로폰 투약으로 처벌을 받았다. 남자친구를 만나면서 '약'을 함께하게 됐다. 한 차례 필로폰 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았지만, 약을 끊어내기는 힘들었다. 수사기관 조사 결과 그는 필로폰을 수십 차례 투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몸과 영혼을 파괴하는 악마…'젊은 영혼' 더 쉽게 집어삼킨다[뉴스인사이드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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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은 사람의 몸과 영혼을 파괴하는 악마와도 같다. 그런데 지금 한국의 현실은 '젊은 영혼'일수록 더 빨리, 더 쉽게 그 악마와 손잡게 되고 침탈당한다는 것이다.

14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2020년 313명이었던 10대 마약 사범은 지난해 649명으로 2배 넘게 급증했다. 또 같은 기간 4493명이었던 20대 마약 사범은 7515명으로 67%가 늘었고, 30대(4516명)는 6481명으로 44%나 증가했다. 마약 사범의 증가 속도가 나이가 어릴수록 크게 나타나고 있다.


2020년까지만 해도 10~30대 가운데 30대 마약 사범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지만 이제는 20대가 선두로 올라섰다. 지난해 검거된 마약 사범을 전 연령대로 확대해보면 2만3022명을 기록해 2023년 2만7611명에서 오히려 16% 감소한 것으로 드러난다. 그런데 청소년과 청년 세대는 증가일로에 있는 것이다. 그 결과 10~30대 마약 사범의 비중이 2020년 51.6%에서 지난해에는 63.6%로 늘어났다.


'디지털 친화'가 '마약 친화'로

그렇다면 젊은이들 사이에서 마약은 왜 이렇게 빨리 영역을 넓히고 있을까. 전문가들은 대면·조직 중심의 마약 유통 구조가 디지털 플랫폼 활용 방식으로 점차 바뀌고 있는 점을 원인으로 꼽는다. 이 방식의 마약 유통과 공급은 익명성이 보장된 소규모 거래를 가능하게 해 추적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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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텔레그램 등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운영되는 '마약방'에서는 판매자가 마약의 종류, 가격, 배송 방법 등을 안내하며 익명으로 마약을 유통하고 있다. 메시지 자동 삭제, IP(인터넷 프로토콜) 숨김 등 기능이 있기 때문에 수사기관의 손이 미치는 데 한계가 있다.


요즘은 마약값 결제도 추적이 어려운 가상자산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범죄 수익 세탁이 쉽기 때문에 글로벌 마약 조직들이 활용한다. 앞서 예로 든 미성년 마약 사범들도 텔레그램을 통해 판매책에게 접근, 가상자산으로 마약값을 치렀다. 이후 빌라 에어컨 실외기 뒤편에 마약을 숨기는 등의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을 손에 넣었다.

마약 얻는 방법도 진화

젊은 층 사이에서는 마약을 구할 때 던지기 수법이 널리 통용되고 있다. 이 방식은 마약을 특정한 장소에 숨겨두고 구매자에게 해당 위치를 알려주는 것이다. 대면 접촉이 필요 없다. 마약 유통책들은 거래 장소를 수시로 바꾼다. 추적이 쉽지 않다. 서울 일선서의 마약수사관은 "무인택배함 같은 곳에 마약을 숨겨놓는 던지기 수법은 이미 상당히 알려진 축에 속해 검거나 추적을 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야산에 다량의 마약을 묻어놓고 거래하는 수법이 있었는데, 야산이다 보니 추적이 어려워 수사에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마약 공급책이든 소비자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고, 접선 방식을 수시로 바꾸며 수사기관과 숨바꼭질을 벌이고 있다. 마약 유통의 통로가 된 텔레그램은 지난해 4분기부터 우리 수사당국 협조 요청에 응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텔레그램만 있는 것이 아니다. 수사기관에 따르면 중국 마약상들은 중국 메신저 앱인 '위챗'을 주로 쓴다고 한다. 이들은 아직 우리 수사기관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 한 마약수사관은 "중국인들이 가담한 마약 범죄가 계속 확산하는 추세"라며 "중국에 있는 상위 판매책은 검거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국내에서 위챗을 쓰는 중간 판매책을 잡아야 하는데 위챗의 협조는 거의 안 된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젊을 때 손댄 마약, 재범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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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에 손대는 연령이 내려갈수록 재범 위험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라는 속담이 남의 말이 아니다. 마약 범죄 재범 인원은 2019년 5710명에서 2023년 9058명으로 늘어났다. 젊은 층의 마약 소비와 범죄가 늘어나는 것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마약 범죄는 1년 이내 재범률이 44%를 기록해 전체 범죄 평균 재범률 39%를 웃돌고 있다. 특히 절도와 강도, 폭력 같은 가장 보편적 범죄 재범률이 10~20%대인 점을 고려하면 크게 높다.


전문가들은 마약에 빠진 10~30대 젊은 층이 초기부터 집중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재활 시설을 마련하고 관련 전문가를 육성해 다시 마약에 손대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한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마약 범죄를 접하는 시기가 빠를수록 만성적인 범죄로 빠져들기 쉽기 때문에 단순하게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학교 폭력과 달리 청소년 마약범을 대상으로 한 치료·교화 프로그램이 사실상 없다는 점에서 대책이 시급하다"고 했다.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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