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고령 노동
고정성·안정성 갖춘 형태로 이동
정년 연장 논의 장기적으로 풀어야
법정 정년 이후 고용문제는 단순히 60세 이상에만 그치지 않는다. 기대수명 연장으로 고령화 추세가 이어지면서 직업을 가진 70세 이상 고령 근로자도 뚜렷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생계형 임시·일용직 중심이던 고령자 일자리는 점차 상용직과 전문직으로 옮겨가고 있다. 단순한 노인 일자리 확대를 넘어 고령 인력을 안정적으로 활용하는 구조로 이행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년을 연장하는 수준에 그치지 말고 일자리를 원하는 고령인구의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아시아경제가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70세 이상 취업자 가운데 상용직(비농가·월평균)은 2014년 6만5000명에서 2015년 7만4000명으로 소폭 늘었으나 2024년엔 27만5000명으로 급증했다. 10년 새 4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70세 이상 상용직은 2025년에도 월평균 29만1000명으로 지난해 보다 늘었다. 특히 올해 월평균 고용 숫자는 계절적인 요인을 감안한 것이어서 연평균으로는 이보다 더 높을 가능성이 있다. 상용직은 정규직을 포함해 1년 이상 고용계약을 맺고 근로하는 형태를 가리킨다. 70세 이상 고령 취업자도 꾸준히 근로활동을 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같은 기간 계약기간이 1년 미만인 임시·일용직도 34만명에서 79만6000명으로 증가했지만, 상용직보다는 증가세가 덜했다.
고령자 고용이 단기 일자리를 넘어 일정 수준의 고정성과 안정성을 갖춘 형태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은 직종별 변화에서도 드러난다. 8차 직업대분류상 장치·기계 조작 관련 상용직 70세 이상 고령 근로자는 2014년엔 1만명 미만이었지만 지난해엔 2만명으로 증가했다. 통계청 설명에 따르면 장치 및 기계조작 관련 종사자는 산업용 기계 및 장비뿐 아니라 컴퓨터에 의한 기계 제어 등 능력도 포함한다. 제조현장의 숙련된 일자리를 가리킨다. 그 숫자가 10년 새 수천 명 단위에서 2만명으로 늘었다는 뜻이다. 상용직으로 고용된 70대 이상 전문직도 같은 기간 5000명에서 4만명으로 8배 뛰었다.
이 같은 흐름은 정년 연장 논의가 장기적인 안목에서 풀어야 하는 과제라는 점을 뒷받침한다. 수명이 늘어날수록 일자리를 원하는 고령인구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고령층 상용직 확대 흐름을 '고령친화적 노동시장'으로의 전환 가능성으로 평가한다. 이와 동시에 이를 뒷받침할 법·제도적 기반 없이 민간에만 부담이 전가될 경우 노동시장 전반의 유연성과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년연장과 계속 고용 논의가 확산하고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단계적 전환 전략과 업종별 차별화된 접근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고령자 고용의 양적 확대가 이뤄진 지금, 앞으로는 일자리의 질과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려한 정책 설계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박용민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조사팀장은 "주요 대기업에서 숙련인력을 중심으로 '퇴직 후 재고용' 제도가 확산되는 추세이며, 중소기업 역시 인력 수급의 어려움을 '고령 인력 채용'으로 해소하는 등 산업별, 직무별 수요가 있는 기업부터 자율적인 고령층 고용 모델이 형성되고 있다"며 "경제 전반에 부담 없이 고령 인력의 고용이 원활히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임금체계 개편 등 제도적 기반을 선제적으로 마련하고, 고령층 고용 관련 기업 의사결정의 자율성과 선택의 폭을 확대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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