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말까지 요건정의 후 설계착수 어려워
"상반기 조치" 금융위 목표 다소 지체될듯
"사각지대 빠진 취약계층 조속히 발굴해야"
지방 취약계층 저축은행 대출을 늘리는 데 필수인 표준 신용평가시스템(CSS) 고도화 모델 구축 작업이 예정보다 더뎌지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저축은행중앙회가 목표로 했던 상반기(6월 말) 설계·모형개발 착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13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중앙회는 CSS 구축 관련해 저축은행 업계, 신용정보사(CB), 핀테크 기업, 신용정보원 등과 의견 수렴 절차를 밟고 있다. 중앙회가 정식으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낸 업체는 아직 없다.
CSS 구축 사업은 의견수렴→업무 요건정의→설계→모형개발 순으로 진행한다. 의견수렴 과정이 가장 오래 걸리고 중요한 과정이어서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이 속도라면 금융위가 지난 3월 공언했던 '상반기(6월30일) 조치'는 쉽지 않아 보인다.
기관별로 중·저신용자의 결제 이력 등 금융정보와 통신사 이용 현황 등 비금융정보를 평가하는 체계를 어느 정도 통일해야 해서다. 또한 CSS 시스템에서 주로 다뤄야 할 가계신용대출 고객 자산 및 소득수준과 연령대, 대출 이력 등에 관한 통일된 기준을 마련해야 해 의견수렴 시간이 다소 길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중앙회 관계자는 "상반기 중 의견 수렴을 마치고 업무 요건정의를 거쳐 늦어도 하반기 초까지는 세부 설계 작업을 할 예정"이라며 "다음 달(6월) 안에 의견 수렴을 마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중앙회는 현재 어느 업체와 의견 수렴 절차를 밟고 있는지 공개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나이스평가정보, 코리아크레딧뷰로(KCB·이상 CB사), 네이버파이낸셜, 토스(이상 핀테크사), PFCT(온투업체) 등이 의견 수렴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업체로 거론된다. 중앙회는 설계 작업에 착수할 때쯤 상시 CSS 공동관리 조직 업체를 공개할 예정이다.
현재 중앙회와 이들 업체는 고객 데이터 적용 범위, 영업 정보 공유 체계, 신용도 등 고객 주요 정보에 관한 샘플링 작업 관련 의견을 공유하고 있다. 다음 단계인 업무 요건정의 과정에는 고객 데이터를 표준 CSS에 어디까지 적용할지 집중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전국 저축은행 고객 데이터를 모두 적용할지, 중·저신용자 및 소상공인 데이터만 적용할지를 정한다.
이에 더해 가계신용대출 고객 타깃팅(목표설정) 작업, 대출받은 고객 중 표준 CSS 도입 시점 이전 몇개년도까지 대출받은 사람을 데이터 수집 대상으로 볼지 등을 결정한다.
금융권에서는 저축은행 CSS 고도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CSS 체계를 잘 갖춘 대형 저축은행은 개인 신용대출 사업을 원활하게 진행 중이지만, 지방 중소형 저축은행은 개인 신용대출 사업에 손도 못 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자산 2조원 이상 저축은행 전체 대출에서 가계신용대출 비중은 34.4%였지만, 3000억원 미만 소형사는 3.6%에 불과했다. 나머지 90여%는 불안정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기업 대출 등으로 구성됐다는 뜻이다.
자산 규모가 작은 저축은행일수록 사업 포트폴리오가 불안정해 연체율, 고정이하여신비율 등 건전성 지표를 방어하기가 더 힘든 상황이라는 사실이 수치로 드러난 셈이다. 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자산 3000억원 미만 저축은행 17곳 중 서울 소재 저축은행은 한 곳도 없다. 반면 자산 2조원 이상 저축은행 18곳 중 14곳(77.7%)은 서울에 몰려 있다.
전체 저축은행 개인 신용대출 실적도 정체 상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79개 저축은행 소액신용대출 잔액은 1조1674억원으로 2023년 12월 말 1조1488억원보다 1.6% 증가했다.
금융권에서는 저축은행 CSS를 조속히 고도화해 금융 사각지대에 빠진 신파일러(금융이력 부족자)를 최대한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업권과 정부가 바라는 지방·중소 저축은행 건전성 강화(업권), 금융공급을 통한 서민지원(정부) 모두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업권 관계자는 "3%대에 불과한 중소형 저축은행 가계신용대출 비중을 확대하기 위해 CSS 고도화 개발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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