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단에서 시작된 변화, '주니어보드' 출범
'그로우글로벌·워케이션 도입' 자율성 강화
"'꼰대'와 'MZ'라는 말도 쓰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세대 간 벽을 허물고, 진짜 '존중'을 만들고 싶습니다."
젊은 직원들이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해 직접 나섰다. 대상 그룹이 올해부터 운영 중인 '주니어보드'를 통해서다. 그룹은 7개 계열사의 주니어 인재 31명이 참여해 매달 자율 과제를 수립·실행하고, 각 계열사 대표이사와 직접 소통하며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실험에 돌입했다. 기존의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에서 벗어나 '말단에서 시작되는 변화'를 현실화하겠다는 시도다. 고(故) 임대홍 창업 회장의 철학을 계승해 '존중'을 핵심 가치로 제시해 온 대상그룹은 이를 기반으로 건강한 소통 문화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존중' 중심 조직문화…경영진 정례 소통
12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대상그룹은 올해부터 대상을 비롯해 대상웰라이프, 대상건설, 대상정보기술, 대상다이브스, 대상푸드플러스, 혜성프로비전 등 7개 계열사에서 사원·대리급 직원 31명을 선발해 '2025 주니어보드'를 구성했다. 이들은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 개선 등 다양한 주제를 중심으로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실행 계획을 수립해 경영진과 공유한다.
지난 3월 열린 발대식에서는 각 계열사 보드원들이 개선 방안을 직접 발표했다. 김명준 대상 TM팀 대리는 '진짜 존중 프로젝트'를 통해 자기 객관화와 세대 간 이해를 위한 구조적 소통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이들은 MBTI를 응용한 '대(상)캐(릭터) 테스트'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카드 뉴스와 사업장 방문 등을 통해 타 부서를 이해하는 과정을 실행에 옮긴다. '나'를 알고, '너'를 이해하며, '우리'를 만드는 구조다. 대상다이브스는 직원 아이디어를 경영진이 심사하는 사내 공모전 '보텀-탑 아이디어(Bottom-Top Idea)'를, 대상웰라이프는 유관 부서 간 유대 강화를 위한 '하나 되기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모든 제안의 핵심은 '벽을 허무는 것'이다. 부서 간·직급 간·세대 간 장벽을 허물고, 유기적이고 수평적인 협업이 가능하도록 조직의 언어와 구조 자체를 바꾸겠다는 행보다. 임정배 대상 대표는 발대식에서 "젊은 아이디어가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보드 활동은 경영진과의 정례 대화와 과제 보고, 부서 적용 등 실질적 실행 체계로 운영된다.
일상도 함께 바꾼다…챌린지 플랫폼·글로벌 워케이션
대상그룹의 조직문화 혁신은 주니어보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해 12월부터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자율 챌린지 기반 플랫폼 '그로우(grow)'도 운영 중이다. 직원들이 직접 챌린지를 개설하고 참여하는 형식으로, 운동·독서·동물 사진 공유 등 소소한 일상을 함께하며 자연스러운 교류와 연결을 유도한다.
지난달 말 기준 누적 챌린지 개설 건수는 159건, 참여자는 약 450명에 달한다. 단순한 여가 활동을 넘어 구성원 개개인의 자율성과 취향을 존중하며 조직문화의 유연성을 높이는 실험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상그룹은 일본 미야자키현 휴가시와 연계한 글로벌 워케이션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한국과 일본을 잇는 이 프로그램은 근무와 휴식을 병행하며 창의성을 높이고 글로벌 교류 기반을 넓히는 것이 목표다. 첫 번째 참가자로 선발된 5명의 계열사 직원들은 미야자키시의 전용 공간에서 원격 근무를 하며, 현지 문화 체험에도 참여했다. 이는 단순한 복지 프로그램을 넘어 근무 만족도와 네트워크 확대, 지역 공공 가치 창출까지 아우르는 실험이다.
대상그룹 관계자는 "기업이 지속해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변화에 민감한 젊은 세대의 시각이 필요하다"면서 "기존의 수직적인 조직문화에서 벗어나, 다양한 세대가 함께 만들어가는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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