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65세 연장시 年 30조원 추가 비용
60세 정년 후 청년 근로자 11만명 감소
고령 근로자의 계속고용 방식에 따라 기업과 사회의 경제적 손익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법정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늘릴 경우 제도 도입 5년 차에 연간 최대 30조2000억원의 고용 유지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청년 근로자 약 90만2000명을 고용할 수 있는 규모다.
한국경제인협회가 김현석 부산대 교수에게 의뢰한 '정년 연장에 따른 비용 추정 및 시사점' 연구용역 보고서를 보면 65세 정년 연장 도입 1년 차에 60세 정규직 근로자 5만8000명의 고용이 연장되고, 고용 유지 비용은 3조1000억원(4대 보험료, 간접비 포함)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다.
제도 도입 5년 차에는 60~64세 정규직 근로자가 정년 연장 대상이 되는데, 자율 감소를 제외하고 약 59만명으로 추산됐다. 이에 따른 추가 비용은 연간 30조2000억원에 달한다. 25~29세 청년의 월평균 임금(2023년 279만1000원) 기준 약 90만2000명의 청년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실제 이 같은 비용 구조는 청년 고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나온다. 2016년 정년 변경 이후 청년 고용과 임금 감소 등 부작용이 현실화했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간한 '초고령사회와 고령층 계속근로 방안' 보고서에서 2016년 법정 정년 하한(60세) 도입 이후 55~59세 고령 근로자 1명이 늘어날 때 23~27세 청년 근로자는 0.4~1.5명 줄었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는 2016~2024년 고령 임금 근로자가 약 8만명 증가하고, 청년 임금 근로자는 약 11만명 감소했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의 '정년 연장의 청년층 일자리 효과' 논문에서도 60세 정년 도입 후 2019년까지 23~27세 청년 전일제 임금 근로 일자리는 6.0%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상용직에서는 4.5%가 줄었다. 이는 출산율, 혼인율에 악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노동시장 이중 구조(양극화)를 심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한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정년제를 시행한 사업체는 21.8%에 그쳤다. 이 중 300인 이상 사업체가 95.3%를 차지했다. 정년 연장 논의는 결국 기존에 좋은 일자리를 가진 근로자들에게 혜택을 더 주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에 경영계에서는 정년 연장이 투자, 신규 채용 위축 등에 미치는 영향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동시에 업종별, 기업별로 고령 근로자의 계속고용 필요성이 달라 정년 관련 사항은 기업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우리나라 노동 시장은 경직적이고, 호봉급 중심의 임금 체계가 생산성을 반영하지 못해 기업들이 고령 인력을 활용하는 데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정년 연장을 도입하기에 앞서 노동 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직무 가치·생산성 등을 반영한 임금 체계 개편 등을 통해 기업들이 고령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경조 기자 felizk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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