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발전소 폐지 10년 앞당긴 이재명
구체적인 계획이나 비용 얘기는 없어
韓보다 먼저 탈석탄 시작한 독일 보니
2038년까지 최대 150조원 비용 필요
직원 퇴직금에 지역 보상금까지 내야
"선언 넘어 법정 계획 공개해야"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이재명 전 대표가 2040년까지 석탄발전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방법이나 재원 마련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았다. 한국보다 앞서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기 시작한 독일이 150조원에 달하는 비용을 예상할 정도로 탈석탄에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환경단체에서도 탈석탄 선언을 넘어 보다 정확한 계획을 공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2일 지구의날을 맞아 자신의 페이스북에 "2040년까지 석탄발전을 폐쇄하고 전기차 보급 확대로 미세먼지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고 말했다. 2040년까지 탈석탄을 이룩하겠다는 공약은 한국 정부의 애초 계획보다 10년 빠르다. 한국은 문재인 정부였던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2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2050년까지 모든 석탄발전을 없애겠다고 선포한 바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이 전 대표는 탈석탄을 위한 세부 계획이나 필요 예산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독일 석탄위 "2038년 탈석탄, 최대 930억유로 필요"
한국보다 먼저 탈석탄을 시작한 독일의 사례를 보면 연방 정부는 20여년간 총 690억~930억유로(약 112조~151조원)에 달하는 비용을 써야 한다. 탈석탄을 위해 2018년 꾸려진 독일 연방정부 석탄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석탄발전 사업자에 지급하는 보상금 50억~100억유로, 석탄발전소가 문을 닫으면서 퇴직하는 노동자를 위한 급여 50억~70억유로가 필요하다. 특히 석탄발전의 폐쇄는 전기료의 급격한 인상으로 이어지는 만큼 2023~2038년 동안 가격억제예산 160억~320억유로를 투입해야 한다.
실제로 독일 정부는 탈석탄 계획 확정 이후 천문학적인 돈을 지출하고 있다. 2019년 8월에는 석탄화력발전소의 단계적 폐지를 위한 400억유로 지출법안이 통과됐다. 260억유로는 연방 프로그램에 활용하고, 140억유로는 석탄발전소가 있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브란덴부르크, 작센, 작센안할트 지역의 경제 활성화에 쓰인다. 조기 폐쇄에 참여하는 사업자에는 설비용량 ㎿당 16만5000유로를 줘야 하는데 총 43억5000만유로의 예산을 책정했다. 예산과 별도로 오염 수준이 심각한 발전소에는 26억유로를, 동독 지역 발전소에는 17억5000만유로의 보조금을 준다.
그런데도 노동조합과 지역사회의 반대가 극심했다. 탈석탄은 고용 충격과 지역사회 경기 위축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독일이 탈석탄을 시작한 2018년에 석탄발전 산업 종사자는 3만2800명에 달했다. 연관 산업까지 합하면 6만명이 넘고 가족 구성원을 합하면 1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 그렇다 보니 독일의 광산노조 'IG BCE'와 발전소 노조 'ver.di'는 2050년 이전 탈석탄은 불가능하고 발전소의 조기 폐쇄는 노동자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라는 반대 목소리를 냈다. 독일에서 최대 석탄 생산지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도 보상금이 불충분하다며 석탄발전 폐쇄 절차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기도 했다.
韓 탈석탄 비용 미지수…"선언 넘어 법정 계획 수립해야"

2020년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경남환경운동연합 등 경남 환경단체가 29일 고성 삼천포 화력발전소 앞에서 석탄화력발전소 조기 폐쇄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한국에서 탈석탄에 따른 비용이 얼마가 될지는 미지수다. 전력 시장이 민영화된 독일과 달리 한국은 한국전력공사가 대부분의 발전소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민간사업자에 지급해야 할 보상금 규모가 크지 않다는 뜻이다. 독일처럼 석탄 광산에 지급해야 하는 보상금이 없고,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30년까지 국내 석탄발전용량이 19%가량 줄어드는 점도 비용 면에서 유리하다.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이 같은 조건을 고려한 2030년 탈석탄 폐쇄 비용은 6조6000억원 정도다.
하지만 노동자와 지역사회에 지급할 예산까지 고려한 비용은 계산된 적 없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기준으로 석탄 화력발전을 폐쇄하면 2019년 대비 2030년 1만6000명이 일자리를 잃는다. 이들에게 조기 퇴직금, 보상금, 재취업 지원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지역 경제도 큰 타격을 입는다. 국토연구원은 당진 지역의 석탄 발전소 1~4호기를 폐쇄하면 지역내총생산(GRDP)이 2조3349억원 감소한다고 밝힌 바 있다. 탈석탄 지역의 경제 활성화 예산까지 넣으면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불어난다.
환경단체들도 구체적인 계획과 재원에 대한 내용이 나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권경락 플랜1.5 활동가는 "탈석탄이라는 말은 전력기본계획이나 정부 정책에 들어간 적이 한 번도 없다"면서 "이제 선언보다 법정 계획에 반영하려는 노력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석탄이 빠진 만큼을 어떤 에너지로 채워야 할지도 중요한 문제"라면서 "원자력 발전이나 액화천연가스(LNG)는 또 다른 환경문제를 유발한다"고 말했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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