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JB금융 최고 실적 거뒀으나
고정이하여신 잔액 전년 대비 47% 증가
대손충당금은 적게 쌓고
손실흡수능력은 낮아져
"지역 경기 침체 및 부동산 PF 여파"
지방금융지주(BNK·DGB·JB)가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지만 자산건전성은 더욱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로 지역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 부실 여파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지방금융지주의 합산 순이익은 1조7010억원이다. 전년(1조6136억원)보다 약 5.4%(874억원) 증가했다. 이 중 BNK금융지주 와 JB금융지주 는 역대 최고 실적을 거뒀다. BNK금융의 지난해 누적 당기순이익은 8027억원으로 전년 대비 25.5% 증가했다. JB금융도 15.6% 증가한 6775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DGB금융지주의 순이익은 지난해보다 43.1% 감소한 2208억원을 기록했다.
역대급 실적을 거뒀으나 자산건전성은 더욱 나빠졌다. 지방금융지주의 지난해 고정이하여신 합산 잔액은 2조8790억원이다. 고정이하여신이 총여신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2%다. 잔액의 경우 2023년에 비해 47%나 증가했다. 비율의 경우 0.3%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이 5%가량 오른 것과 비교해 증가율이 가팔랐다.
지주별로 살펴보면 BNK금융의 부실대출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BNK금융의 고정이하여신 잔액은 8248억원에서 1조3703억원으로 증가해 66%의 증가율을 보였다. 뒤이어 DGB금융이 45%, JB금융이 11%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비율의 경우 DGB금융(1.62%)이 가장 높았다.
대출채권은 건전성을 기준으로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 다섯 가지로 분류한다. 추정손실에 가까울수록 연체 기간이 길어지거나 회수가 어렵다. 고정이하여신이란 고정부터 회수의문·추정손실에 해당하는 채권으로 3개월 이상 연체돼 회수가 어려운 채권을 말한다. 해당 잔액이 많을수록 부실대출이 많다고 보는데 잔액뿐 아니라 비율도 높아져 지방금융지주의 건전성이 악화했음을 알 수 있다.
지방금융지주들은 손실에 대비하는 대손충당금 적립에는 소극적이었다. 이들의 대손충당금 합산 잔액은 3조2266억원으로 전년(2조8659억원)보다 약 12.6% 증가했다. BNK금융은 전년에 비해 4% 증가에 그쳤다. DGB금융(33%)·JB금융(7%)보다 낮은 수치다. 이에 대해 BNK금융 관계자는 "2023년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부실대출에서 발생할 예상손실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도 낮아졌다. 이를 나타내는 지표인 고정이하여신 커버리지비율이 모두 감소했다. 커버리지비율은 고정이하여신에 비해 대손충당금이 얼마나 쌓여 있는지 보여주는 수치로, 100%라면 고정이하여신이 전부 손실이 나더라도 흡수할 수 있음을 말한다. 가장 위험 '신호'를 보인 곳은 110.6%에서 101.4%로 9.2%포인트 감소한 DGB금융이다. DGB금융의 커버리지비율이 100%보다 낮은 수치를 보일 경우 DGB금융은 부실대출 손실을 모두 감당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이 비율이 가장 크게 떨어진 곳은 BNK금융으로, 178%에서 무려 67% 떨어진 111%를 기록했다. BNK금융은 지방금융 중 가장 좋은 실적을 거뒀지만 부실대출은 가장 많이 늘고 손실 흡수능력도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이 같은 부실대출 증가에 대해 BNK금융은 지역 기업들이 제조업을 주로 영위하고 있다는 점과 중소기업 위주의 대출 비중이 높은 점을 이유로 꼽았다. 지역 경기 침체로 이들이 돈을 제때 갚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BNK금융 계열사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원화대출금 구성 중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각각 15.5%·24.7%다. 경남은행의 경우 산업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부산은행은 부동산업(20.5%)에 이은 두 번째다. 원화대출금 중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율도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각각 58%·61%를 기록했다.
부동산 PF 충당금 요인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DGB금융의 경우 증권사 등 계열사가 가진 관련 자산이 부실로 이어지면서 자산건전성 단계별 잔액이 늘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DGB금융 산하 iM증권의 PF 충당금은 3년 동안 5394억원에 이른다. 특히 지난해에만 2951억원을 적립했다. DGB금융 관계자는 "정상이었던 부동산 PF 관련 자산이 정상에서 고정 등으로 넘어가면서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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