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인근 중동 국가로 이주시킨 뒤 미국이 가자지구를 장기 소유하며 개발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가자주민들이 "고향을 떠나느니 여기서 죽겠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 미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가자 구상에 대해 팔레스타인인들의 반발이 극심하다.
가자지구 칸 유니스 출신 주민 아부 피라스(52)는 가디언에 "우리는 이 땅을 떠나느니 차라리 여기서 죽는 게 낫다"며 "세상의 어떤 돈도 고향을 대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가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됐으며, 주민들도 떠나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다수는 고향에 대해 강한 애착을 보였다.
휴전 이후 고향으로 돌아온 람즈는 가디언에 "어디로 이사하든, 아무리 아름다운 도시에서 살더라도 자신의 고향에서만 평화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전쟁으로 여섯 차례 피난민이 됐던 주민 왈리드 알무나야는 가디언에 "우리에게는 '집을 떠난 자는 존엄성을 잃는다'는 유명한 속담이 있다"며 "우리는 회복력이 강한 국민이며, (강제 이주는) 트럼프의 꿈에서라도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여기 머물며 우리 땅을 한 치도 내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동산 개발 구상을 포기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가자 문제의 해결책은 두 국가를 분리하는 것"이라며 "각자 평화롭게 따로 살아야 한다"고 전했다.
가자지구 주민 210만명 중 상당수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 당시 강제로 이주당한 팔레스타인인들의 후손이다. 중동 지역에서는 이 사건을 '나크바(대재앙)'로 부른다. CNN은 가자지구 전역에서 인터뷰한 수십명의 사람들에 따르면 현재의 어떤 어려움에도 이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의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얌 자주흐는 CNN에 집이 심하게 파괴돼 임시 지붕으로 덮인 방 하나만 남았지만 이사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왜 이집트나 요르단으로 보내려 하는가"라고 물으며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위협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큰 피해를 당한 도시 칸 유니스에서 야채를 판매하던 아흐마드 사피는 CNN에 "우리는 다른 어떤 나라의 낙원보다 가자지구의 지옥을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CNN은 가자 주민들이 이처럼 반발하는 이유로 강제 이주에 대한 집단적 기억을 꼽았다. 아우니 알와디아는 CNN에 "이런 발언은 과거에도 있었다. 1967년(아랍·이스라엘 전쟁)에 팔레스타인인을 이주시켰을 때, 일시적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돌아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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