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새해가 시작된 지 사흘째다. 여느 때 같으면 신년 인사 덕담을 주고받으며 활기찬 상승의 기운이 가득할 텐데, 차갑고 무거운 슬픔으로 축 처진 분위기다. 2022년 10월29일 이태원 참사 이후 2년여 만에 다시 터진 대형 참사로 온 나라가 살얼음판이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해외 언론들도 한국에 정치적 격변 중에 흔치 않은 항공기 사고가 일어났다며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돌이켜보면 지난해 내내 곳곳에서 분열과 갈등, 몰상식과 불합리가 우세했다. 특히 정치는 '왜 부끄러움은 늘 국민의 몫인가'라는 탄식이 절로 나올 만큼 엉망이었다. 그 절정이 대통령이 벌인 계엄령 사태와 이어진 탄핵정국이다.
후진적인 정치행태는 개선되기는커녕 대립과 불통이 더 심해지면서 사회 안정과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 취재 중에 만난 중소상공인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최소 상반기까지는 기대할 게 없다, 정책은 올 스톱, 경제도 호재가 없다"고 했다.
환율은 금융위기 수준으로 치솟았다. 지난해 마지막 외환시장 거래일인 12월30일 원·달러 환율은 1472.5원으로 마감했다. 연말 주간거래 종가 기준 외환위기였던 1997년 이후 가장 높았다. 지난달 중순 원·달러 환율이 1450원을 넘어섰고, 지난달 27일에는 장중 1486.7원까지 올랐다. 일각에선 원·달러 환율 1500원이 '뉴노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글로벌 거시경제 측면에서 가장 큰 변수는 역시, 미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20일 임기를 시작하면 고액 청구서 여러 장이 날아들 전망이다. 관세 인상, 방위비 분담금 인상,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칩스법) 등의 폐지 가능성에 따른 연관 산업의 타격 등 거센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대기업이 주도하는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 등 핵심 산업의 중장기 투자 계획이 축소되거나 보류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해 정부 차원의 전략적 대응이 늦어질수록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에 타격이 커질 것이다. 외교적 역량 발휘가 시급한 때이나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체제에서 국가 간 논의가 제대로 될 수 있을까.
지난달 중소기업중앙회가 수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긴급실태 조사 결과, 26%의 기업이 국내 정치 상황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직·간접적 피해를 입었다고 답했고, 64%가 향후 입을 가능성을 우려했다.
소비 심리도 더욱 위축됐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전달보다 12.3포인트 급락했다. 팬데믹 시기인 2020년 3월(-18.3포인트)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얼어붙은 소비 심리에 소상공인은 급속히 폐업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11년 만에 11.55%까지 치솟았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이 지난달까지 역대 최대인 1조3019억원 지급됐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당초 계획했던 모임과 행사를 진행해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응원해달라"고 호소하던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전남 무안국제공항 참사 후 무안을 특별재난지역으로, 내일까지를 국가 애도 기간으로 선포해야 했다. 부디 올해 한국경제에 전환점이 오기를 바라며, 유가족들께 깊은 애도를 전한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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