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콘텐츠대상 '조선의 품격' 천영미작가
명나라 사신 영접한 요리사 이교 조명
최우수상 받았던 '조선의 꼽추 정원사'는 출간
"사람의 마음 헤아리는 귀한 글 쓰고 싶어"
조선 세종은 여진족을 정벌하고 4군 6진을 설치했다. 남쪽 백성을 이주시켜 살게 했다. 개척은 압록강과 두만강 유역을 우리 국경선으로 삼는 계기가 됐다. 천영미 작가는 동력으로 막강한 군사력이 아닌 소박한 밥상을 가리킨다. '세종실록' 16년 8월 24일 기록에 주목했다. 세종이 충청도 병마절도사를 지내던 숙부 이교를 한양으로 불러들여 명나라 사신을 영접하는 숙수(요리사)로 삼았다는 내용이다. 세종의 북방 정책과 연결해 '조선의 품격'이라는 이야기를 썼다. 올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대한민국 콘텐츠대상에서 스토리 부문 대상을 받았다.
천 작가는 2020년에도 시상대에 올랐다. '조선의 꼽추 정원사'로 최우수상을 품었다. 이 작품 배경도 세종 집권기다. 많은 드라마·영화에서 다룬 한글, 과학 등에 관한 내용이 아니다. 굽은 소나무를 길러내는 척추 장애인 허은수를 조명한다. 세종의 감춰진 온실을 돌보는 정원사가 돼 백성이 초근목피에서 벗어날 대업을 추진한다는 이야기다. 천 작가는 "세종의 수많은 업적보다 뜻밖의 모습을 재미있게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잇달아 세종 집권기를 다룬 이유가 궁금하다.
"조선 시대 성군을 꼽으라면 이구동성으로 세종을 외칠 거다. 저는 놀라운 성과보다 약소국의 왕이 지닌 뜻밖의 모습이 흥미로웠다. 바로 배짱이다. 명나라에 고개를 숙이는 듯하면서도 끊임없이 조선의 것을 창조했다. 그것을 바탕으로 대국조차 무시할 수 없는 견고한 나라를 만들고자 했다. 그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허은수는 재상을 지낸 허조(1369~1440)가 모티브고, 이교는 실존 인물이다. 이들을 조명한 계기는 무엇인가.
"허조는 등이 굽은 척추 장애인으로 태어나 갖은 멸시를 겪었지만 탁월한 능력으로 왕의 부름을 받은 인물이다. 황희나 맹사성보다 대중적 인지도는 낮으나 세종 치세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다. 이교는 이성계의 이복동생인 이화(의안대군)의 다섯째 아들이다. '세종실록'에 따르면 무인 집안의 피를 이어받았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심성이 온화하고, 욕심이 없으며, 요리를 잘했다. 명나라 사신이 왔을 때 왕 앞에 불려 나가 요리했다는 기록 정도가 남아있더라. 분명 집안에선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을 거다. 그런데 이교가 요리하고 나서 얼마 뒤 세종이 여진족을 정벌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래서 생각하게 됐다. 혹시 이교의 독특한 재능이 4군 6진 설치의 물꼬를 튼 건 아닐까 하고. 두 인물은 주류로 태어났으나 오히려 비주류 사람들과 연대했다. 그렇게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 모습이 가슴에 와닿았다."
-역사적 사실 위에 허구를 그리는 작업이 쉽지 않았을 듯한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오랜 세월 동안 연구논문을 쓰다 보니 허구의 정점에 있는 소설을 쓸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역사에 실재하는 내용을 토대로 이야기를 새로 구성하면 가능할 듯싶더라. 많은 독자가 역사 기록에 있는 내용이 맞냐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인다. 그렇게 절묘한 틈을 찾아 과하지 않은 내용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소설을 쓰면서 가장 어렵지만 가장 노력하는 부분이다."
-영화나 드라마로 영상화되려면 각색을 거쳐야 한다. 직접 맡을 생각도 있나.
"제작사 관계자들에게 많이 받았던 질문이다. 요청하신다면 열심히 배워서라도 해볼 마음이 있다. 하지만 전문가를 더 신뢰하는 편이다. 예쁜 머리는 미용사, 맛있는 빵은 제빵사에게 맡겨야 만족스럽듯 각색 또한 저보다 더 탁월한 능력자가 많으시리라 생각한다."
-작가로 데뷔한 대한민국 콘텐츠대상에서 대상까지 거머쥐었는데.
"'조선의 꼽추 정원사'는 팬데믹으로 세계가 발을 묶였을 때 하릴없이 지나가는 시간이 아까워서 쓴 글이었다. 수상까지 할 줄 몰랐다. 그것이 삶에 기적 같은 일이었다면, '조선의 품격'으로 얻은 대상은 '확신'이라 말하고 싶다. 작가의 길을 계속 가도 괜찮다는 신호처럼 느낀다. 그렇게 받은 선물에 보답하는 삶을 살고 싶다.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귀한 글을 열심히 쓰면 되지 않을까."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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