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둔화 우려로 국제유가 연중 최저
미국 기준금리 인하하면 경기부양 효과
석유수요 올라갈 가능성 있어
경기둔화 우려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한 국제유가가 이달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금리가 내려가면서 경기가 부양되고, 주요국의 석유수요도 되살아나 유가에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0일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이날(현지시간 9일 기준)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68.71달러를 기록했다. WTI 가격은 지난 6일 67.67달러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한 뒤 이날 소폭 상승했다. WTI는 지난주에만 8% 급락하며 2023년 10월 초 이후 주간 기준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미국의 고용과 제조업 지표 등이 부진하게 나오면서 경기둔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국제유가 하락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모건스탠리는 이날 중국의 수요약세와 미국의 경기둔화를 근거로 유가 전망치를 하향조정했으며, 시티그룹도 원유가 공급 과잉 양상이라며 유가 전망을 내렸다.
유가 하락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서도 미국이 이달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유가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금리 인하의 경기부양 효과가 글로벌 석유수요를 끌어 올릴 수 있다는 것이 근거다.
한국석유공사가 지난 5일 발간한 '금리와 국제유가 상관관계'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미국이 고금리를 장기간 유지한 후 금리 인하를 시작하면 유가는 상승세를 보였다.
보고서는 2007년 미국 기준금리 인하기와 현재가 비슷한 상황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2007년 9월 미국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약 8개월 동안 7차례에 걸쳐서 기준금리를 3.25%포인트 인하한 바 있다. 당시 미국의 금리인하와 경기부양 정책에 따라 석유수요가 증가했고 국제유가는 가파르게 상승한 바 있다.
당시에도 지금과 비슷하게 고금리가 장기간 유지되던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내린 게 석유수요를 증가시켰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윤지 한국석유공사 스마트데이터센터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로 인해 시중 통화량이 증가하고, 투기수요가 상승해 지정학적 리스크를 과대평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유가는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경기침체가 명백해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인하하는 시기에는 유가 역시 하락세를 보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에는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국제유가도 같이 하락세였다. 특히 2008년 7월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면서 Fed가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인하하자 국제유가도 가파르게 하락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연구원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같은 큰 규모의 연쇄적인 금융위기가 발생할 경우 금리가 인하되더라도 국제유가는 하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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