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이상 연체된 고정이하여신 58.2조
증권·보험·저축은행 등 2금융권서 폭발적 증가
은행·증권·보험 등 국내 금융권 부실채권이 1년 새 폭증해 6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10일 금융감독원 주요 금융통계에 따르면 2024년 3월 말 기준 국내 금융기관 고정이하여신(부실채권) 규모는 총 58조2534억원으로 1년 전(36조3337억원)보다 약 22조원(60.3%) 늘어났다. 은행 13조6000억원, 중소금융 38조7803억원, 증권회사 4조3720억원, 보험회사 1조5011억원 규모다.
지난 1년간 고정이하여신이 증가한 금액 규모로 보면 상호금융이 가장 크다. 농·수·산림조합의 고정이하여신은 지난해 3월 말 기준 8조2194억원에서 올해 3월 말 기준 15조3469억원으로 7조1275억원(86.7%) 늘었다. 신협(2조4577억원)까지 포함하면 9조원 이상 늘어났다. 저축은행은 지난해 3월 말 기준 5조7906억원에서 올해 3월 말 10조4562억원으로 4조6656억원(80.6%) 증가했다.
증가 비율은 보험회사가 가장 높았고 그다음이 증권사다. 보험회사의 고정이하여신은 지난해 5931억원에서 올해 1조5011억원으로 9080억원(153%) 증가했다. 증권사는 지난해 2조3115억원에서 올해 4조3720억원으로 2조605억원(89.1%) 늘었다.
은행은 지난해 10조6000억원에서 올해 13조6000억원으로 3조원(28.3%) 늘었다.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 60조원 육박…은행보다 증권·보험서 증가 비율 높아
고정이하여신, 즉 부실채권은 3개월 이상 연체돼 회수가 어려운 채권이다. 금융기관에서 부실채권으로 분류하고 별도 관리하다가 회수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되면 떼인 자산으로 간주한다. 이후 아예 장부에서 지워버리거나(상각), 자산유동화 전문회사 등에 헐값에 파는(매각) 방식으로 처리하게 된다.
금융권 부실 규모가 크게 확대된 것은 경기 회복 속도가 더딘 가운데 코로나19 대출 상환 유예 등으로 가려졌던 부실이 드러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까지 겹치면서 규모가 크게 확대된 것으로 파악된다.
은행권 부실보다 증권사·보험사·저축은행 등 2금융권 부실채권 증가가 더 눈에 띄는 이유는 부동산 경기 악화와 고금리 장기화로 PF 부실이 폭증한 까닭이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 선임연구위원은 "시중은행보다 증권사, 보험사 등에서 고정이하여신 증가가 큰 이유로는 아무래도 부동산 PF 부실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며 "현재까지도 PF가 계속 문제가 되고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회복에 다소 시간이 걸리는 것은 사실이고 건설사·금융사·정부의 향후 대응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분양률이나 공사 진행 과정 이런 것들이 제대로 이뤄지면 연착륙이 가능할 것 같지만 현재로서는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부동산 경기가 쉽사리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부실이 돈을 빌려준 금융사들로 전이돼 나쁜 연쇄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이 높을수록 대손충당금이 늘어나기 때문에 올해 금융사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공식 집계 외에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부실도 문제다. 글로벌 회계법인 삼정 KPMG는 최근 '부동산 PF 관련 주요 이슈와 전망' 보고서를 통해 국내 부동산 PF 위험노출액을 200조원 수준으로 추정했다. 삼정KPMG는 "부동산 PF 문제의 주요 원인은 고금리, 고물가에 따른 부동산 경기 위축"이라며 "시행사, 건설사, 2금융권, 신탁사 등이 PF로 얽혀있는 만큼 도미노식으로 위험이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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