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과 지구 중력 균형 이루는 곳
내년 예산에는 빠졌지만 도전 의식 필요
대한민국을 우주 강국으로 만들기 위한 정부 조직인 우주항공청이 출범 100일을 넘겼다. 그런데도 우주항공청은 내년 예산을 9649억원이나 배정받았다. 증가율이 27%에 이른다. 2025년 정부 예산안이 올해 대비 3.2% 증가한 것에 비하면 타 부처의 부러움이 나올 만하다.
우주항공청은 돈을 쓸 곳이 많다. 달 착륙을 위한 차세대 발사체 확보에만 향후 약 9500억원 투자가 예정돼있다. 이제 착륙선 개발도 본격화한다. 당연히 예산 확대는 필수다. 윤석열 대통령도 2027년까지 우주개발 예산을 1조5000억원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우주항공청은 배가 고프다. 올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추가로 예산을 확보한다는 게 우주항공청의 목표다. 우주항공청은 정부 내에서는 물론 국회에서도 여야를 불문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평을 받는다.
목표의 화살표는 라그랑주점(Lagrangian point), 아포피스 소행성 탐사를 향한다. 이 탐사는 내년 예산 준비 과정에서 모두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라그랑주점과 아포피스 모두 일반 국민에게는 낯선 단어들이다. 세금을 사용하는 공무원 조직에서는 국민의 이해도가 낮은 분야에 대규모 예산을 지원하기 어렵다. 달착륙 쪽에 예산이 쏠리는 게 당연한 일이다.
다만 이미 1960년대 미국이 달 착륙에 성공한 목표를 2030년대에 달성한다는 것은 추격을 넘어 선도적 연구개발(R&D)을 추진한다는 현 정부의 목표와는 결이 다르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을 세계 7대 우주 강국을 넘어 5대 강국 반열에 올릴 ‘킬러아이템’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킬러아이템의 후보는 무엇일까. 이미 지난 정부에서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한 아포피스 탐사도 참신성이 떨어진다. 남은 것은 라그랑주점의 하나인 ‘L4’다.
라그랑주점은 천문학자 조제프 루이 라그랑주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행성 간 공간에서 두 천체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위치를 의미한다. 그중에서도 L4는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곳이다. 아직도 신비에 싸인 태양을 관측하기에 최적의 위치이다. 아직 전 세계 어느 국가도 L4 탐사를 하지 못했다.
L4 탐사는 내년 예산에 반영되지 못했다. 올해 예산으로 시작된 기획 탐사연구가 전부다. 우주항공청 측은 아직 준비가 덜 됐다고 하면서도 아쉬움을 감추지 않는다. 존 리 우주항공청 임무본부장도 예산 확보 실패 원인에 대해 "L4에 대한 설명이 덜 됐다"고 답했다. 그는 아직 L4에 대해 자세히 설명할 기회가 없었다고 했다. 달 탐사 예산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 경제에 보탬이 될 수 있는지 알 수 없는 L4 탐사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 정부와 국민 모두를 설득해야 하는 숙제가 우주항공청에 주어진 현안이다.
지금처럼 컴퓨터가 발전한 것도 아닌 1960년대에 달에 간다는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예산을 소모하는 프로젝트였다. 당시 미국 국내총생산의 0.7%를 소요했다는 분석도 있다. 옛 소련의 우주개발에 대한 공포 속에 형성된 전 국민적 지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L4 탐사도 다르지 않다. 이유는 충분하다. 이미 남들이 앞서간 것을 따라 하는 것으로는 선구자(Pioneer)가 될 수 없다. 계획을 잘 짜 설득의 과정이 필요하다. 계획에는 도전정신과 비전은 물론 효율성과 국제협력도 필수 요건이다. 우주항공청을 응원하는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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