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은 변경 불가' 회사 주장 인정 안 돼
호주 연방법원, 900만원 배상 명령
호주의 한 트랜스젠더 여성이 여성 전용 애플리케이션(앱) 회원 자격을 박탈당하자 성 정체성을 이유로 차별당했다며 앱 운영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호주 법원이 이 여성의 손을 들어줬다.
24일(현지시간) 일간 디오스트레일리안 등 현지 매체는 전날 호주 연방법원이 여성 전용 앱 '기글 포 걸스'(이하 '기글')가 성차별 금지법을 위반해 불공정하게 트랜스젠더 여성 록산느 티클의 회원 자격을 박탈했다며 티클에게 1만 호주달러(약 900만원)의 배상금 지급을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티클은 지난 4월 기글과 기글 설립자 샐리 그로버를 상대로 10만호주달러(약 9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2021년 2월 여성 전용 앱 '기글 포 걸스'(기글)를 다운받았다. 이 앱은 여성들이 경험을 공유하고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사이버 공간이다. 티클은 앱 가입을 위해 자신의 사진을 올렸고, 인공지능(AI)은 그를 '여성'이라고 판단해 가입을 승인했다. 하지만 7개월이 지난 같은 해 9월 기글은 기존 가입자 중 여장한 남성들을 적발하기 위해 수동으로 가입자 점검에 나섰다. 이후 회사는 티클을 남성이라고 봐 그를 퇴출했다. 이에 티클은 이런 방식의 앱 운영은 성차별 금지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티클은 또 이번 소송을 앞두고 기글 측이 소송 비용을 마련한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자신을 비하하는 이미지를 부착한 향초를 판매했다며 이에 대한 손해배상 10만호주달러도 추가로 요구했다.
재판 과정에서 티클 측 변호인은 티클이 성전환 수술을 받았고, 스스로 여성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성별이 여성으로 표기된 출생증명서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에 기글 측은 약관에 16세 이상 '여성'만 가입할 수 있다고 명시했으며, 이때 여성이란 법적 개념이 아닌 생물학적 개념이라면서 "티클을 여성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맞섰다. 또 티클은 성 정체성에 의한 차별을 받은 것이 아니라 성별이 달라 가입이 거절된 것이기 때문에 성차별 금지법을 위반한 것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기글 설립자 그로버는 티클을 '그녀'가 아닌 '그'라고 칭하면서 "여성이 남성을 여성으로 보기를 기대하는 것은 친절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재판을 맡은 로버트 브롬위치 판사는 "현대 통상적인 의미에서 성별은 변경이 가능하다"며 "성별은 출생 시 결정돼 변경할 수 없는 것이라는 피고의 주장은 맞지 않는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성 정체성 때문에 회원 자격이 박탈됐다는 티클의 주장에는 "입증되지 않았다"면서도 "충분히 여성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회원 자격이 박탈됐기 때문에 간접 차별로 보인다"고 밝혔다.
티클은 "트랜스젠더들에게 자신을 위해 일어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며 "이번 일로 트랜스젠더와 성별 다양성을 지닌 사람들이 치유되길 바란다"며 판결에 만족스러워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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