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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파묘 열풍②]인니 20대 열광…전문가 동원해 영화 해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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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매장 문화에 담은 판타지 매력적
CGV 자카르타 매니저 뜨리스나 인터뷰
"한국영화 제한 상영, '파묘'가 뒤집어"

인도네시아의 문화 기반은 애니미즘과 신비주의다. 전자는 영이나 영혼의 존재를 신봉한다. 자연계 여러 현상에 작용한다고 본다. 후자는 초자연적 현상에 대한 믿음이다. 전반적인 생활·사상에 뿌리 내려 독창적인 문화 꽃을 피운다. 영화도 그중 하나다. 단골 소재는 공포·오컬트 요소. 실화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관객의 이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CGV 자카르타 그랜드 인도네시아에서 매니저로 일하는 뜨리스나

CGV 자카르타 그랜드 인도네시아에서 매니저로 일하는 뜨리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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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는 이들의 감정과 의식을 파고들 요소를 두루 갖췄다. 전반부는 동기감응(同氣感應) 실체를 파악하며 벌어지는 사건으로 긴장과 공포를 조성한다. 후반부는 정령을 직접적으로 등장시켜 크리처물(사람을 잡아먹거나 살해하는 괴물이 나오는 작품) 매력을 부각한다. 신화적이고 전설적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인도네시아 관객 입맛에 딱 맞아 보인다. 실제로도 그럴까. CGV 자카르타 그랜드 인도네시아에서 매니저로 일하는 뜨리스나는 "뜻밖에 인도네시아 지역 사회 문화가 반영돼 놀랐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문화·정서는 다르다. '파묘'는 어떻게 장벽을 넘을 수 있었을까.

"인도네시아 전체 인구의 약 90%가 이슬람교를 믿는다. 그래서 화장보다 매장 문화에 익숙하다. 무슬림들의 생활 철학은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Biar lambat asal selamat)'다. 유일하게 서두르는 의식이 있다. 바로 장례다. 기간이 길어질수록 고인의 고통이 가중된다고 믿는다. 일반적으로 임종 시간이 오전이면 당일 오후, 오후면 이튿날 오전에 매장한다. 무덤 규모는 작다. 묘비도 소박하고. 한국은 어떤지 모르겠다. 하지만 매장이라는 공통된 배경으로 유사성이 상당하리라 추측된다. 그것이 '파묘'를 흥행으로 이끈 동력이라 생각한다."


-'파묘'에는 역사적 요소들이 적잖게 배치돼 있다. 인도네시아 공포·오컬트 영화도 주로 실화를 기반으로 제작되던데.

"알고 있는 친숙한 캐릭터가 중심에 자리한다. 그래서 거창한 설명 없이 담백하게 이야기를 전개한다. 공포보다 긴장을 즐긴다고 보면 된다. 대다수가 친구, 가족과 함께 감상한다. 점프 스케어(크고 무서운 소리와 함께 장면 등을 전환해 관객을 놀라게 하는 기법) 장면이 나오면 화들짝 놀라기보다 함께 웃고 즐긴다. 그만큼 내성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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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탄의 노예 2: 성찬식(2022)'을 연출한 조코 안와르 감독이 '파묘'를 극찬했던데.

"신랄한 각본과 강력한 연출, 훌륭한 연기를 두루 갖춘 영화라고 평가했다. 한 줄로는 '와우(Wow)!'라고 했고(웃음). 성숙한 스토리텔링에 판타지적 요소를 배제하지 않은 점을 높이 샀더라. 해당 트윗 조회 수가 100만 회 가까이 된다. 다른 평론가들 글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고. 장재현 감독의 연출력과 배우들 연기를 칭찬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흥행과 작품성을 모두 갖춘 웰메이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극장 관객 상당수는 젊은 층이다. '파묘'도 마찬가지인가.

"물론이다. 인도네시아 극장 관객 80% 이상이 10~30대다. 여기서 20대 비중은 55% 이상이고. 한국 극장은 MZ 세대 움직임에 주목한다고 들었다. 인도네시아에선 Z세대(1995~2005년생)가 시장을 좌지우지한다. X(구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빠르고 긴밀하게 교류한다."


-CGV에서 그런 기류에 발맞춰 다양한 준비를 했을 듯하다.

"흥행 가능성을 확인하고 바이럴 마케팅(소비자의 힘을 빌려 제품을 알리려는 마케팅)에 신경을 많이 썼다. 오프라인에선 주로 영화 소개와 감독·주연 위주의 포스팅을 강화했다. 온라인에선 SNS 포스팅을 스무 개가량 올려 도합 150만 회 이상 조회 수를 유도했고. 실제 관람으로 이어진 마중물이었다고 생각한다. '파묘' 관객의 60%가 20대다. 10~30대로 범위를 넓히면 90% 이상이고."


-'파묘' 흥행이 가속화되면서 홍보·마케팅에 변화를 줬을 듯한데.

"개봉 첫째 주간에는 관람 고객에게 오리지널 캐릭터 포스터를 제공했다. 배우들 개성이 뚜렷하게 담겨 금세 소진됐다. 둘째 주간에는 로비에 한국 전통 제사상을 마련했다. 그 앞에서 무당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는 코스튬 플레이를 진행해 '파묘' 인지도를 높였다. 같은 시기 온라인에선 인플루언서와 관객 호평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4DX(오감 체험 상영관), ScreenX(스크린을 3면으로 확장한 상영관) 등 차별화된 포맷 상영을 함께 홍보하며 n차 관람도 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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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다양한 해석과 견해가 '파묘' 흥행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인도네시아도 다르지 않았을 듯하다.

"온라인에 다양한 해석이 빗발쳤다. 풍수지리, 이장 등 한국 문화를 향한 관심이 커졌다. 높은 수요를 고려해 최근 영화 해석 프로그램 '무비 토크'를 론칭해 진행했다. 전문가가 출연해 한국 장례 문화부터 풍수지리, 일본 설화, 심지어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라는 대사의 의미까지 상세하게 설명했다. 대다수가 영화를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며 만족했다. 흥행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인도네시아에서 '기생충(2019)' 뒤 한국 영화 인기가 한풀 꺾였다고 들었다. '파묘' 흥행을 기점으로 회생할 수 있다고 보나.

"물론이다. 두 가지 호재가 맞아떨어진다. 하나는 한국 영화의 개봉 편수 확대다. 지난해 인도네시아에 열아홉 편이 소개됐다. 실적도 나쁘지 않다. '더 문'이 40만 명, '귀공자'가 20만 명을 모았다. 이보다 많은 관객을 동원하려면 더 많은 스크린을 확보해야 한다. 지난해까지 흐름은 다소 제한적이었다. 그걸 '파묘'가 뒤집었다. 한국 영화 활로가 뚫렸다고 보면 된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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