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워킹맘 만난 최상목 부총리
유연근무, 재택근무 활성화 논의돼
"인사혁신처에 제도개선 건의할 것"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재부 소속 워킹맘 직원들과 간담회를 했다. 일·가정 양립 등의 저출산 대책을 보고받은 최 부총리가 ‘우리는 잘하고 있는지 알아보라’는 지시를 내리면서다. 기재부는 직원들의 고충을 수렴해 인사처에 제도 개선을 건의하는 등 내부 문화를 바꿔나가기로 했다.
20일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 11일 최 부총리는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둔 여성 직원 20여명과 2시간30분 동안 간담회를 진행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기재부에 근무하는 여성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해결 방법을 논의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간담회는 직급에 상관없이 원하는 직원은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간담회는 최 부총리가 직접 마련한 자리다. 정부가 저출산 극복을 위해 일·가정 양립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기재부는 과연 잘 실천하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특히 기재부가 제대로 못 하는 대책을 민간에만 요구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작용했다. 실제 최 부총리는 저출산 대책을 논의할 때 “우리부터 잘하자”는 취지의 말을 여러 차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에는 내부망 전체 메시지로 “간부부터 컴퓨터를 끄고 퇴근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직원들은 최 부총리에게 유연근무제 활성화를 건의했다. 제도는 갖춰져 있는데 긴급현안이 잦고 업무량이 많다 보니 제도 사용이 어렵다는 지적이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직원은 “(유연근무를 하려면) 부서장에게 일일이 양해를 구해야 해 어려운 점이 많다”며 “직원들이 눈치 보지 않고 활용하도록 매뉴얼을 만들어 부서장들이 잘 인지하도록 하자는 얘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재택근무 기반을 마련해달라는 현실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일부 직원들은 잔업은 어쩔 수 없으니, 최소한 퇴근하고 집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워킹맘들에게 ‘온북’을 우선 보급해 달라고 요청했다. 온북은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직원이 출장·재택근무 시 사용하는 노트북이다. 부처 직원은 보안 때문에 사무실에 출근해 일해야 하는데, 온북을 쓰면 밖에서도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기재부도 지난해부터 온북을 지급 중이지만, 외부 출장이 많은 부서에 우선 공급하고 있다.
제도 정비를 건의한 직원도 있었다. ‘육아시간’ 제도가 대표적이다. 공무원은 원할 경우 아이를 돌보기 위해 육아시간을 신청할 수 있다. 그런데 육아시간이 ‘휴가’로 분류되는 탓에 해당일에는 초과근무가 불가능하다. 그렇다 보니 아이를 돌보고 온 직원들이 초과근무를 기록하지 못해 공짜 노동을 하거나, 업무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날에 육아시간을 쓰지 않는 사례가 많았다.
최 부총리는 간담회에서 나온 지적에 대부분 공감하고 변화를 약속했다. 다만 정부 특성상 기재부가 단독으로 조직 규정을 바꿀 수 없는 만큼 인사처에 제도 개선을 건의하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다행히 인사처도 문제의식을 갖고 의견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기재부가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겠다”고 말했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세종=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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