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신용자 회피하는 은행·낡은 신용평가 바꿔야…靑 정책실장의 세 번째 고백
금융구조 시리즈 마지막 글
"은행, 고신용자 온실에만 갇혀선 안 돼…대출 구성 흔들어야"
"인터넷은행 체리피킹은 사명 아냐…면허에 따른 책임 증명해야"
"금융당국, 건전성 방패 뒤 城 안 기득권 두텁게 한 것 아닌지 물어야"
"신용질서 무너뜨리자는 것 아냐"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3일 '잔인한 금융' 구조를 바꾸기 위한 해법으로 ▲은행의 중저신용자 회피 구조 개편 ▲신용평가 방식의 확장 ▲서민금융기관 역할 재정립을 제시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이 2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날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 면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4.27 연합뉴스
김 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금융의 구조 시리즈' 세 번째 글에서 잔인한 금융의 구조를 바꾸기 위해 끊어진 시장을 다시 잇고, 방치된 시장을 메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일 '한국 금융은 왜 이토록 잔인한가', 2일 '금융위기는 누가 만들었나'에 이어 사흘째 이어간 금융 구조 비판의 마지막 글이다.
김 실장은 우선 자신이 앞서 올린 두 편의 글을 두고 "수많은 말이 오가는 것을 보았다"며 "성토와 조롱, 놀람과 공감까지 있었다"고 했다. 이어 "나 역시 이 시스템의 한복판에서 위기를 수습하고 공적자금을 집행했던 사람"이라며 "이 비판들이 나를 향한 것이기도 하다는 걸 잘 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글을 쓴 목적에 대해 재차 "신용 질서를 무너뜨리거나 무책임한 탕감을 주장하자는 게 아니다"라는 점을 분명하게 했다. 그는 "오히려 지금의 질서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도대체 어떤 구간이 버려지고 있는지를 보자는 것"이라며 "'이럴 수밖에 없다'는 변명 대신, 왜 그런 근본적인 질문이 반복되는지 그 불편한 근원을 따라가 보려는 시도"라고 썼다.
김 실장은 한국 금융의 현실을 두고 "개별적인 삶의 모습과 위험은 흐르는 강물처럼 연속적인데, 금융은 그걸 구간으로 나누어 다룬다"고 했다. 이어 "그사이에 생긴 틈, 그 깊은 골짜기에 수많은 사람이 빠져 있다"며 "복지와 공적 서민금융이 그 틈을 메우려 안간힘을 쓰지만, 결국 멈춰버린 금융의 엔진을 다시 돌리게 만드는 건 제도를 다시 설계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은행이 회피를 합리적 선택으로 믿는 구조 바꿔야"
김 실장은 첫 번째 해법으로 은행의 '회피 구조' 개편을 꼽았다. 그는 "은행이 '회피'를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믿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금융이 중저신용자 등 특정 구간을 두려워해 물러서면 그 자리를 메우는 것은 결국 불법 사금융과 절망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김 실장은 가계대출이 고신용자라는 안전한 온실 속에만 갇혀 있지 않도록 대출의 구성을 흔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특정 구간을 비워두고서는 성장이 어렵도록 게임의 규칙을 바꾸는 것"이라며 "그때야 은행은 움직일 것이다. 거절할 명분을 찾는 대신 어떻게든 '튀는 리스크'를 세밀하게 쪼개고 선별할 방법을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은행이 자기 문제로 고민하기 시작할 때, 비로소 '계단식 위기'를 넘어서는 진짜 금융의 근육이 생긴다"며 "그것이 금융의 본업"이라고 강조했다.
"낡은 신용평가 틀 넓혀야…인터넷 은행 체리피킹은 사명 아냐"
두 번째 해법으로는 신용평가 체계 개편을 제시했다. 낡은 신용평가라는 틀을 과감히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실장은 "금융 이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갚을 능력이 없는 건 아니다"라며 "사람들은 이미 매일의 소비와 납부, 플랫폼 활동을 통해 수많은 삶의 신호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융회사가 수많은 유용한 데이터를 활용하는 기술이 없어서 안 쓰는 게 아니라며 "기존 방식으로도 충분히 수익이 나니 절실하지 않은 것뿐"이라고 지적했다.
인터넷 은행의 책임을 특히 강조했다. 김 실장은 "인터넷은행들에게 이 숙제를 엄중히 맡겨야 한다"며 "그들이 가진 데이터로 어떤 결과를 만들어냈는지 명확히 증명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금융에서 가장 무거운 책임은 규제가 아니라 면허에 따른 책임"이라며 "'체리피킹'은 인터넷 은행의 사명이 아니다"라고 했다. 상대적으로 우량한 고객만 골라 대출하는 방식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서민금융기관 역할 다시 정리해야…형태보다 결과로 평가"
세 번째 해법으로는 서민금융기관의 역할 재정립을 들었다. 김 실장은 "서민금융기관의 역할을 처음부터 다시 정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서민금융기관에 비과세 혜택과 각종 지원을 제공해왔지만, 현실은 조합원 대출보다 중앙회 예치가 늘어나는 구조라고 지적하면서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흐르지 않는다. 문제는 전제에 있다"고 했다.
김 실장은 기존 서민금융기관이 '서로 아는 관계'를 기반으로 작동해왔지만, 현실은 달라졌다고 했다. 그는 "노동은 유동적이고 소득은 분산되어 있으며 사람들은 흩어져 있다"며 "'관계'를 전제로 한 기존 모델과 사람들이 유동하고 원자화된 현실 사이에 거대한 간극이 생겼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단순한 지원 확대가 아니라 모델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실장은 "기존 기관이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할 유인을 설계하거나, 유동성을 전제로 작동하는 새로운 형태의 서민금융 주체를 허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형태가 아니라 결과로 평가해야 한다"며 "누가 더 창의적이고 덜 차별적인 방식으로 이 난제를 해결하는가, 그 기준으로 평가하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했다.
"금융당국, 건전성 방패 뒤 성(城)안 기득권 두텁게 한 것 아닌가"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오른쪽 두 번째)과 조용병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을 비롯한 시중 은행장들이 1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5차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6.4.16 강진형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김 실장은 현재의 금융 구조를 '거대한 성채'에 비유했다. 성안에는 낮은 금리를 누리는 고신용자들이 안온하게 머물고, 성벽 바깥 '성저십리'에는 금융에서 배제된 사람들이 두텁게 산재해 있는 견고한 이중 구조가 우리 금융의 서글픈 민낯이라고 비판했다.
금융당국 역할을 재편에 대해서도 "이제 눈을 들어 성 밖 저 멀리 바라보아야 한다. 거기에서 금융의 사명을 다시 되새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그동안 당국은 건전성 관리와 시스템 위기 방지를 지고의 사명으로 삼아왔다"며 "소비자 보호조차 피해 구제에 치중했을 뿐"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냉정하게 자문해 보아야 한다"며 "당국은 혹시 '건전성'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 결과적으로 성안의 기득권을 더 두텁게 만드는 역할을 해온 것은 아닌가. 구조적 모순을 방치한 채 성벽을 높이는 데만 급급했던 것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포용금융은 구호 아닌 구조 설계…연속적 위험에 연속적으로 대응해야"
김 실장은 신용 질서는 배제에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면서 더 정교한 구분과 이해에서도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분별하게 돈을 늘리자는 것도 아니다"라며 "지금까지 제도 금융이 충분히 돌아보지 못했던 사람들을 더 정확하게 평가하자는 것이다. 그것이 오히려 신용체계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방향"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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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의 서민금융상품 출연, 재정을 통한 중금리 상품 공급 등 기존 노력에 대해서는 "포용금융은 별도의 구호나 프로그램이 아니라 연속적인 위험에 연속적으로 대응하도록 금융 구조를 바꾸고, 끊어진 구간을 다시 잇게 설계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며 "이것이 잔인한 금융의 시대를 넘어, 연결된 금융으로 나아가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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