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손흥민·이강인 갈등에 조언
“문화·정서 알려주지 못해 회초리 맞겠다”

한국 축구 전설 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71)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기간 중 갈등을 빚은 한국 축구 국가대표 후배 선수들에게 애정어린 조언을 건넸다.


차 전 감독은 29일 서울 종로구 HW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제36회 차범근축구상 시상식에 시상자로 참석해 "오늘은 1년 중 가장 행복한 날 중 하루"라며 "축구 선수들을 키우는 학부모들과 무거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말을 꺼냈다.

[사진출처=차범근축구상위원회]

[사진출처=차범근축구상위원회]

AD
원본보기 아이콘

최근 열린 아시안컵에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생제르맹) 등 해외 무대에서 뛰는 '월드클래스' 선수들이 모여 64년 만에 우승에 도전했지만, 4강에서 패배해 결승에 진출하지 못했다. 이후 대표팀을 이끈 위르겐 클린스만(독일)의 지도력이 문제로 지적돼 경질됐고, 이 과정에서 4강 경기 전날 주축 멤버들이 갈등을 빚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차범근은 독일에서 선수 생활을 하며 '차붐' 열풍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그는 "동·서양의 축구를 모두 경험한 나에게 아시안컵 결과가 상당히 무겁게 여겨진다. 서로 다른 문화와 세대 간의 갈등과 마찰을 적절하게 풀어가는 게 앞으로 한국 축구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차 전 감독은 "최근 많은 선수가 유럽에 진출하는 모습을 보고 뿌듯하면서도 서로 다른 문화를 경험하고 있는 세대 간 갈등을 잘 풀어야 한다는 걱정을 많이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우려에도 적극적으로 교육할 생각을 안 하고 뒤로 물러나 쉬어도 된다는 생각이 우선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몹시 부끄러운 생각이었다"고 털어놨다.


최근 이강인 등 여러 선수가 어렸을 때부터 해외에서 유학하며 축구를 배워 해외 리그에서 뛰고 있다. 차 전 감독은 “어린 세대들은 동양에서 강조하는 겸손과 희생이 촌스럽고 쓸모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런 인간관계가 한국인들이 물려받은 무기이자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유럽에서 성공한 나와 박지성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린아이들이 그 소중한 무기를 잃어버리는 것은 좋지 않다. 아이들이 실수로 버린다면 옆에 있는 어른들이 주워서 다시 아이의 손에 쥐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979년 내가 처음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한 직후 훈련을 앞두고 작전을 설명하는 감독에게 거칠게 화를 내는 동료 선수의 행동에 경악했던 기억이 난다. 이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훈련에 임하는 감독과 선수들을 보며 한 번 더 놀랐다. 그들에겐 감독과 선수, 선배와 후배를 넘어 생각이 다르면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게 자연스러웠다"고 전했다.


축구선수 손흥민(왼쪽) 이강인[사진출처=손흥민 인스타그램]

축구선수 손흥민(왼쪽) 이강인[사진출처=손흥민 인스타그램]

원본보기 아이콘

차 전 감독은 "아시안컵을 마치고 23살의 어린 축구선수 이강인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며 "스페인이나 프랑스에서 성장할 땐 대수롭지 않았던 상황들이 우리 팬들을 이렇게까지 화나게 할 줄 선수가 미처 몰랐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어 "축구 선배인 나를 포함해 한국축구대표팀 고유의 문화와 분위기·정서를 가르치지 못한 사람들이 함께 회초리를 맞아야 한다. 우리 대표팀에 손흥민과 같은 주장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지금은 선수를 가르치는 학부모들부터 우리 아이들의 품위 있는 성공, 진정한 성공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힘주어 말했다.

AD

차범근은 이날 18명의 축구 꿈나무에게 상을 건넸다. 1988년 제정된 차범근축구상은 매년 초등학교 축구 유망주를 발굴해 시상하고 있다. 이동국(4회), 박지성(5회), 기성용(13회), 황희찬(21회), 이승우(23회) 등 한국축구 주역들이 이 상을 받았다. 올해 차범근축구상 수상자들은 오는 8월 '팀 차붐 독일원정대' 일원으로 해외 연수에 나설 기회를 얻는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