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임시국회서 논의조차 안돼
정부는 마지막 5월 국회 처리 기대
야 "원전 늘리는 특별법 동의 못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이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하면서 결국 2월 임시국회 처리가 불발됐다. 여당과 정부는 21대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는 5월 처리에 총력을 다할 계획이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여야 모두 쌓여가는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안 마련을 '더 미룰 수 없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특별법 제정이 '정부의 원전 확대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는 주장을 두고 여야가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고준위 특별법은 총 3건으로 모두 소관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신한울 1·2호기 전경(자료사진)

신한울 1·2호기 전경(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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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법안은 ▲2021년 9월,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2022년 8월30일,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등에 관한 특별법안' ▲2022년 8월31일,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및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 등 순서로 각각 발의됐다. 이 중 가장 먼저 발의된 김성환 의원의 법안은 2년5개월이 넘도록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고준위 특별법에 대한 주요 쟁점 대부분이 합의됐고, 부지내 저장시설 용량을 운영기간 발생량과 설계수명 발생량 중 어느 것으로 할 것인지와 관리시설 목표시점 명기 등 2건의 쟁점만 남았다고 설명했다. 이마저도 여당이 야당안으로 합의할 의사가 있다며 이 쟁점을 서둘러 해소하면 21대 국회에서 특별법 제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원전업계는 회의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여야가 아직 합의 못 한 쟁점은 표면적으로 드러난 이유일 뿐"이라며 "고준위 특별법이 제정되지 않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신규 원전 확대' 여부"라고 지적했다.


실제 김성환 의원은 고준위 특별법 발의 후 처음 열린 산자위 전체회의에서 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당시 회의록에 따르면 김 의원은 "우리가 30년째 고준위 영구 폐기장을 못 만들고 있는데 제정법(고준위 특별법) 같은 경우는 조속하게 공청회를 열어서 관련 당사자들의 의견도 수렴하고 그것에 기초해서 법안소위에서 법안을 정밀하게 입법할 필요가 있다"면서 "어느 공간이든 영구 폐기장을 매우 민주적 절차를 거쳐서 빨리 만들지 않으면 계속 임시저장 문제는 남을 수밖에 없어서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하는 게 대한민국의 숙제"라고 강조했다.


이후 국민의힘 의원들도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책무"라며 관련 법안을 잇달아 발의했다. 여당이 가세하면서 특별법 제정 작업에 속도가 붙었다. 2022년 12월15일 열린 소위에선 공청회를 열기로 결정했고, 공청회는 지난해 1월26일 국회에서 개최됐다. 같은 해 5월 열린 소위에선 주요 쟁점사안을 도출하고 차기 회의에서 쟁점에 대한 토론을 진행하기로 했었다.


[WHY&NEXT]총선 이후로 넘어간 고준위 특별법…관건은 '신규 원전' 원본보기 아이콘

하지만 지난해 7월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김성환 의원은 "정부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원전을 몇 개 더 지을 예정인가. 4개냐 6개냐, 지금 그런 계획 세우고 있는 것 아니냐"며 정부에 따져 물었다. 같은 당 김회재 의원은 "고준위 특별법을 논의하는 전제가 '원전은 늘리지 않는다'였는데 이게 무너졌다"면서 "현 정부가 '도대체 얼마나 (원전을) 늘리려고 하는 거냐' 그것을 알아야 하고, 이 법안 심사는 이 부분이 먼저 알려지고 난 다음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김성환 의원은 가장 최근에 열린 지난해 11월22일 진행된 소위에선 "제가 이 법안을 만들 때의 상황은 우리가 아파트는 지었는데 화장실을 지어 놓지 않으니까 소위 화장실 없는 아파트니까 어떻게든 화장실을 짓긴 지어야 할 것 아니냐는 취지였다"며 "지금과 같이 사실상 원전을 무한정 늘리겠다고 하는 상황에서 이 법안을 처리하는 것은 잘못된 신호를 국민들에게 줄 수 있어 특별법 처리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여당의 '신규 원전 추진 방침 철회' 없이는 '고준위 특별법 제정도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정부는 21대 국회의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는 오는 5월 고준위 특별법 제정에 기대를 걸고 있다. 다만 상황은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우선 정부는 향후 15년간 전력수급의 기본방향성이 담긴 제11차 전기본을 발표한다. 앞서 신규 원전 추진을 공식화한 만큼 구체적인 신규원전 건설 규모가 담길 예정이다. 당초 정부는 올해 1분기 초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4월 총선 이후에나 공개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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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관계자는 "야당은 전기본 발표 후 고준위 특별법 논의를 다시 하자는 입장인데 이는 결국 특별법 제정을 안 하겠다는 것"이라며 "총선에서 여당이 이기더라도 21대 국회에선 특별법 제정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세종=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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