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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안 깎이는 주4일제…"경제에 재앙" 반대에도 대대적 실험[찐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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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주 4일제 도입 쉽지 않다

편집자주[찐비트]는 '정현진의 비즈니스트렌드'이자 '진짜 비즈니스트렌드'의 줄임말로, 일(Work)의 변화 트렌드를 보여주는 코너입니다.

독일의 45개 기업이 이달 초부터 주 4일 근무제 실험에 돌입했다. 근무 시간은 기존의 80%로 줄이는 대신 급여는 이전과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생산성은 100%를 유지하는 것이 실험의 핵심이다. 최근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던 독일에서는 이번 실험이 생산성 향상의 키가 될지 주목받고 있다.


다만 이를 바라보는 정부와 학계의 시선이 곱지는 않다. 주 4일 근무제가 일부 기업이나 직군에만 적합한 근무 제도이고 모든 산업에 동일하게 적용하기 힘들다는 점 때문이다. 근무 시간 단축이 오히려 경제 전반에 타격을 줄 것이라며 일각에선 "독일 경제에 재앙이 될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월급 안 깎이는 주4일제…"경제에 재앙" 반대에도 대대적 실험[찐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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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도 주 4일 근무제를 포기하는 기업들도 나오고 있다. 독일 도이치텔레콤의 자회사 헝가리텔레콤은 최근 1년 6개월간 진행한 주 4일 근무제 실험을 이달 말까지만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2022년 7월 150명 규모로 네 달간 진행한 실험이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두자 같은 해 10월 300명 규모로 확대해 실험했지만, 다음 달부터는 기존 근무 체제인 주 5일 근무제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헝가리텔레콤 측은 "실험을 통해 모든 직원에게 주 4일 근무제를 ‘일률적으로(uniformly)’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 명확해졌다"며 "일부 직원에게는 효율적이었으나 일부는 그렇지 않다"며 실험을 마무리 짓는다고 설명했다.


주 4일 근무제 실험에 나섰던 기업들도 헝가리텔레콤과 같은 고민에 빠졌다. 주 4일제 자체가 특정 산업이 아닌 모두에 일괄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회의론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기존의 주 5일, 40시간 근무제가 1920년대에 첫 도입이 시작된 이래 100년간 정착돼 오면서 관행처럼 굳어졌다. 또한 그동안 산업과 직업은 100년 전에 비해 셀 수 없을 만큼 분화됐고 새로운 직업, 분야들이 생겨났고 근무 형태 자체도 다양해졌다. 하나의 기업 내에서도 여러 분야, 산업이 분화돼 있다 보니 주 4일 근무제를 일괄 적용하기에는 기업 경영진 입장에서 부서별 서로 다른 업무 효율은 물론, 직원 간 형평성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또한 기업 입장에서 중요한 생산성, 직원 입장에서 놓칠 수 없는 급여가 주로 근무 시간에 기반해 결정되는 만큼, 근무시간이 하루 줄어들며 생기는 임금 저하 문제에 대해 회사 구성원 간 입장차이가 좁혀지기 어렵다.


경제학자인 호세 마리아 바레로 멕시코 기술자치대(ITAM) 교수는 최근 미국 매체 더힐에 게재한 칼럼을 통해 "주 4일 근무제에 마법은 없다"며 "주 4일 근무제는 여러 버전이 있다. 이렇게 다양한 버전이 있는 이유는 현실적으로 생산량과 급여가 근무 시간에 대체로 비례해 형성되는 현실 때문"이라며 마법이 아닌 현실에 맞는 주 4일 근무제를 고민해보라고 지적했다.


주 4일 근무제 실험에 나선 우리 기업들 입장에서도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2019년부터 SK, 지난해 삼성전자, 올해는 포스코·LG까지 관련 실험을 시작했다. 주 5일 근무제 안착에도 수십 년이 걸린 한국에서는 많은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주 4일 근무제의 흐름 속에서 논의 자체를 피하기만 해선 안 될 것이다. 계속 마주하고 부딪히며 성과와 한계에 대한 평가를 지속해야 언젠가는 주 5일 근무제가 적용됐듯, 주 4일 근무제도 일괄 적용의 높은 ‘벽’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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