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율 관세·제재 피하려 멕시코 우회
지난해 중국에서 멕시코로 향한 컨테이너 물동량이 크게 늘어났다. 미국이 대중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며 미·중 디커플링을 가속화하자 중국이 멕시코를 통해 대미 수출 우회로를 적극 모색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21일(현지시간) 글로벌 해운·항공화물 운임 분석업체인 제네타에 따르면 2023년 중국이 멕시코로 보낸 컨테이너 수는 20피트 기준 88만1000개로 1년 전 68만9000개에서 27.8% 늘어났다.
중국이 멕시코로 수출한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는 미·중 갈등 격화로 중국의 대미 수출 통로가 좁아진 시점에 이뤄졌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인상한 대중 고율 관세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 결과 미국 전체 수입 중 중국산 비중은 2017년 20%대에서 현재 15% 수준으로 줄었다.
이에 중국이 우회로인 멕시코를 거쳐 주요 시장인 미국으로 수출을 늘리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미 3개국의 자유무역협정(FTA)인 미국·멕시코·캐나다조약(USMC)을 악용해 멕시코를 거쳐 미국에 수출할 때 낮은 관세가 적용된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공교롭게도 중국의 멕시코 수출이 늘어난 지난해 멕시코는 중국을 제치고 미국의 최대 수입국으로 올라섰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였던 로빈 브룩스는 "미국은 세계 최대 소비시장이고 중국은 세계 최대 생산국"이라며 "이 둘은 어떤 식으로든 만나야만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대미 수출 우회 움직임은 자동차 분야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멕시코 국립자동차부품산업협회(INA)에 따르면 멕시코에 공장을 둔 중국 기업 33곳이 미국에 수출한 부품은 2021년 7억1100만달러에서 지난해 11억달러로 증가했다. 미국은 중국산 자동차·부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데 멕시코를 거치면 세율을 크게 낮출 수 있다. 멕시코산 자동차에는 2.5%, 멕시코에서 조립된 부품에는 0~6%의 대미 수출 관세가 부과된다.
중국은 멕시코 뿐 아니라 베트남, 싱가포르, 필리핀에도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중이다. 대미 무역흑자를 확대하는 이들 국가의 뒤에는 '메이드 인 차이나'를 숨기고 미국 수출을 늘리려는 중국이 버티고 있다.
아울러 중국은 가격 800달러 미만인 상품에 수입 관세를 면제하는 미 관세법 활용에도 적극적이다. 예일대 경제학자인 아밋 칸델왈이 미 정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면세로 반입 가능한 800달러 미만의 상품 수는 지난해 10억개로 2017년 이후 세 배나 증가했다.
제네타의 최고 제품·데이터 책임자인 에릭 데베탁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 축소는 정치인들에겐 쉬운 말일지 모르겠지만 현실은 매우 다르다"며 "글로벌 제조업의 진정한 재편은 몇 년이 걸리고, 엄청난 투자와 국가 개입이 필요한 대대적인 프로젝트"라고 지적했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세계 최초'로 일냈다…수십년 써도 성능 그대로, 불도 안나는 '바나듐이온배터리' 개발[강희종의 디깅에너지]](https://cwcontent.asiae.co.kr/asiaresize/93/2025020510331620204_1738719196.jpg)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