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애플에 7200억 과징금 철퇴…"반독점법 위반"

EU 집행위, 다음 달 애플에 사상 첫 과징금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이 애플이 음원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제한했다고 보고 5억유로(약 72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것으로 알려졌다. EU가 애플을 상대로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처음으로, 다음 달 유럽에서 시행되는 디지털시장법(DMA)과 맞물려 미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에 대한 EU의 규제 칼날이 더욱 매서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은 EU 집행위원회가 애플에 대해 반독점법을 위반한 혐의로 다음 달 과징금 부과와 함께 반경쟁적 규정과 관련한 시정 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애플이 EU 차원에서 벌금을 부과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2020년 프랑스 경쟁 당국으로부터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11억유로(약 1조58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가 항소 후 3억7200만유로(약 5300억원) 수준으로 조정된 적은 있다.

이번 EU 조사는 2019년 스웨덴 스포티파이가 애플이 앱스토어에서 자사 애플리케이션(앱)에 이익을 주고 타사 앱에 불이익을 준다고 신고하면서 시작됐다. 애플이 앱스토어 출점업체에 앱 판매액의 15~30%에 달하는 수수료를 받고 있으며, 이는 이용자에 대한 구독료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스포티파이는 또한 애플이 앱스토어 외부에서 더 저렴한 음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용자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EU는 애플의 조치가 "불공정한 거래 조건"으로 단일 시장에서 경쟁을 강화하려는 EU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애플이 모바일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이용해 경쟁사 서비스에 대한 이용자들의 접근을 차단하는 관행을 지속했다고 봤다.

이번 조치로 미국 빅테크를 겨냥한 EU 경쟁 당국의 반독점 규제가 더욱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U는 구글에도 광고기술 관행 등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지금까지 80억유로(약 11조5100억원)가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여기에 다음 달부터는 빅테크 규제법인 디지털시장법(DMA)을 시행한다. DMA는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막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 사업자를 '게이트키퍼'로 지정해 규제하는 강력한 법안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구글 모회사 알파벳, 아마존,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가 게이트키퍼로 지정됐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