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핵심부서 조사국, 새로 뜨는 연구원
연구인력 확충 위해 박사급 채용 늘려

통화신용정책을 수립하는 한국은행 안에서 '질 좋은 연구'에 대한 경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기존에 한은의 핵심 연구부서는 전망을 담당하는 조사국이었으나, 최근 경제연구원에 힘이 실리면서 두 부서 간 암묵적인 경쟁이 붙은 모양새다.


이는 최근 한은이 정부 정책에 목소리를 높이고 깊이 있는 보고서를 내놓는 모습과 연관된다. 예를 들어 인구구조 문제에 관해서는 지난해 하반기 경제연구원이 냈던 '초저출산과 초고령사회 극단적 인구구조 원인·영향·대책' 보고서가 한은 밖에서도 각계각층의 호평을 받으며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 보고서 작성을 주도했던 황인도 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여러 정부 부처의 저출산 정책 관련 회의에 전문가로 초대되며 연구 성과를 인정받았다. 황 실장은 이번 한은 인사에서 2급으로 승진했는데, 이에 연구 성과가 조직 내 입지에도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걸 보여준 셈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인구 문제 측면에서는 한은 조사국에서도 다른 주제로 세심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와 공동개최한 세미나에서 "인구 고령화 현상 속에서 이대로라면 젊은 사람들이 하는 일은 나이 든 부모를 돌보는 데 그칠 것"이라고 우려를 드러내며 외국에서 노동력을 들여와 돌봄·요양 분야에 확충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관해 현재 조사국 물가고용부 차원에서 관련 보고서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연구에 착수한 해당 보고서는 원래 이달 중 발간 계획이었으나, 총재의 관심이 큰 만큼 공을 들이면서 공개 시점이 점점 미뤄지고 있다.

[관가 in]조사국 vs 경제연구원…한은 내 '연구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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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재는 지난해 경제연구원장으로 외부 출신인 이재원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를 영입하고 지위를 국장급에서 현재 '특급'인 부총재보급으로 올리면서 힘을 본격적으로 실어줬다. 최근에는 이 총재의 임기 전반기가 끝나가는 시점에 내부 인사까지 마무리한 만큼, 그간 강조해오던 중장기 문제를 연구하는데 더욱 신경 쓸 여지가 커졌다. 이달 초 참석한 한국경제학회 공동학술대회에서는 만찬사를 통해 ▲조건부 포워드 가이던스 ▲금융중개지원대출 활용 여부 ▲중립 금리 추정 ▲중앙은행 대출제도 개선 방향 ▲공개시장 운영방식과 단기자금시장 관계 등 5가지 통화정책 관련 중장기 연구과제를 학계에 던지며 고민을 드러내기도 했다.

두 부서 간 경쟁 분위기는 최근 확대된 한은의 박사급 인력 모집에서도 알 수 있다. 한은 인사팀 관계자는 "조사국이든 경제연구원이든 박사급 채용은 매년 손가락 안에 꼽는 숫자로만 이뤄졌다"며 "올해는 상반기에만 21명을 모집하며 예년보다 확대된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올해 입시교육과 기후변화에 관련된 보고서도 내놓을 계획인데, 과제가 많아지면서 올해는 다른 때보다 적극적으로 인력 확보를 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며 "신규 채용하는 박사급 연구인력의 60% 이상은 경제연구원으로 오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사국 관계자도 "이전에는 1~2년 단위로 띄엄띄엄 한두명씩 뽑았는데, 올해는 연구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문가 확충 차원에서 더 많이 채용하기 위해 공고를 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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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관계자는 "한은 내부적으로는 제도와 관련이 있거나 단기적인 경제 현안에 관한 연구는 조사국이, 중장기 측면의 이슈는 경제연구원이 연구하는 것으로 대략적인 가르마를 탔으나 큰 맥락에서는 겹치는 면이 분명 있을 것"이라며 "그런 경우 의도치 않게 경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자연스럽게 연구의 질이 향상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귀띔했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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