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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반도체의 부활]①승부수 띄운 후발주자…본격화되는 부활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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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소니·덴소와 구마모토현 제1공장 24일 준공
日 최초 16㎚ 생산능력 갖춰
12인치 웨이퍼 팹 운영
반도체 장기 프로젝트 신호탄

편집자주30년을 잃어버렸다 할 정도로 길었던 경기 불황의 끝자락에 선 일본이 반도체 시장에 승부수를 띄우기 시작했다.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해 글로벌 기업 사이에서 격화된 ‘반도체 경쟁’ 판도에서 일본은 분명한 ‘후발주자’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1980년대 반도체 시장을 선도했던 경험과 아낌없이 투입할 수 있는 자본력 등을 앞세워 부활을 노리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갈등 국면에서 일본의 지정학적 위상이 주목받고 있는 점은 반도체 재건에 긍정적이다. 대만 TSMC가 이달 말 일본 구마모토에 준공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은 일본의 ‘반도체 장기 프로젝트’ 신호탄으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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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외신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만의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MC는 일본 소니, 덴소와 함께 구마모토현 기쿠요마치에 짓고 있는 제1공장을 오는 24일 준공한다. 이 공장은 일본 내에서 최초로 16㎚(1㎚=10억분의 1m) 공정 생산 능력을 갖춘 12인치(300㎜) 웨이퍼 팹(반도체 생산공장)으로 운영된다. 12, 16, 22, 28㎚ 생산라인을 갖추게 되고 12인치 웨이퍼에서 월간 5만5000장을 생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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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구마모토 공장은 일본 반도체 부활의 상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지 언론들은 반도체 기업들이 집중된 규슈 지역을 ‘일본의 실리콘 밸리’로 부르고 있다. 일본 경제지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TSMC 공장 건설이 기폭제가 되면서 규슈를 중심으로 일본에서 반도체 부품과 장비 공급망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경제 안보의 관점에서 볼 때 글로벌 경쟁의 한복판에서 자급률을 높였다는 점이 가장 큰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또 자체 취재인력을 갖춘 야후재팬은 최근 "TSMC 공장 설립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가 향후 10년간 20조엔(약 177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일본 부흥의 첫걸음"이라고 보도했다. 김삼식 코트라(KOTRA) 일본지역본부장은 "일본이 반도체에서 옛 영광을 다시 찾겠다며 나선 것"이라며 "일본 경제지들도 TSMC의 구마모토현 공장 개소 등을 연일 1면에 대서특필하며 기대감과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전했다.

이 공장이 주목받는 건 일본 정부가 수립한 반도체 장기전략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해 5월 ‘반도체·디지털 산업전략’을 발표하면서 반도체 투자를 강화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따라 자국 내 반도체 산업 매출액 목표치를 2022년에 세웠던 5조엔(약 44조원)에서 2030년 15조엔(약 133조원)으로 상향하고 이를 위한 단계별 로드맵을 세웠다. TSMC가 덴소, 소니 반도체 솔루션과 합작회사 ‘JASM’을 설립하는 것이 그 첫 단계였다. 이어 개방형 연구개발(R&D), 양산 거점을 구축하고 기술연구조합 최첨단 반도체연구센터(LST)와 라피더스(Rapidus) 설립을 지원했다.


미·중 갈등과 트럼프 2기로 부각되는 日

일본의 반도체 투자는 최근 국제 정세와 맞물려 더욱 부각되고 있다. 미국이 갈등이 첨예한 중국을 배제하고 우리나라와 대만, 일본을 포함한 ‘칩4(Chip4·한국 미국 일본 대만) 동맹’을 결성, 반도체 공급망을 형성했다. 소부장(소재·부품·장비)에 강했던 일본은 본격적으로 반도체 생산 투자에도 나서 시장에서 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란 기대감도 커졌다.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 ‘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설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는 점도 일본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시 중국과의 교역 갈등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여 상대적으로 일본과의 접점도 넓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코이케 아츠요시 라피더스 사장은 최근 일본 현지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5월 미국 IBM과 반도체 2㎚ 기술 개발을 협력하기로 한 것에 대해 "IBM이 먼저 라피더스에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고 여러 차례 말하며 일본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한편으로 일본이 옛 영광을 되찾을 적기로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 일본은 1980년대 반도체 시장에서 ‘강자’로 군림했다. 1988년을 기준으로 세계 시장에서 일본 반도체는 절반 이상의 점유율(50.3%)을 차지했다. 하지만 급변하는 시장의 요구와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1990년대 이후 세계 시장 점유율은 점점 떨어져 2021년 6%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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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회적 한계 넘어야

이런 반도체 투자는 소위 ‘일본병’을 극복할 수 있는 잣대로도 쓰일 전망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일본 정부가 주도해서 이뤄진 반도체 투자의 전례들을 비춰보면 달성이 잘 안 된 경우가 많았다"며 "목표치도 매우 높다"고 했다. 이어 "일본은 산업에서 ‘오타쿠’ 문화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고도 말했다. 오타쿠는 한 분야에 집착 수준으로 열중하는 사람을 이르는 일본어다. 일본 기업들은 특정 부분에 집착해서 그 하나만 고집하는 경향을 보여 세계적인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도태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일본은 1980년대 브라운관 TV에선 세계 시장을 주도했지만 TV가 디지털로 전환된 2000년대 이후에도 브라운관을 고집하다가 결국 경쟁에서 밀렸다. 반도체에서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장 실장은 "반도체도 일본이 하면 잘할 수 있는 분야인 건 사실이지만, 과감하게 투자하고 시장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움직이는 것도 중요한데 일본은 그것보다 오직 기술에만 집중하다 보니 흐름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짚었다.


日 소부장 기업과 시너지 노려야

일본의 행보가 우리 반도체 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따져봐야 한다. 우리 기업들에 호재가 될지, 악재가 될지에 대해선 전망이 다소 엇갈린다. 장 실장은 "일본이 반도체에서 속도와 경쟁력을 높이면 명목적으로는 우리가 메모리(반도체) 등에서 수출의 여지가 많긴 하지만, 실질적으론 불리해질 여지도 커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금 일본이 투자하겠다는 것이 일부가 메모리고 대부분이 시스템 쪽인데 우리가 현재 시스템 쪽에 대일 무역 적자가 심하다. 적자 규모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본부장은 "한일이 각자 강세가 있는 부분들을 나눠 협력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관측했다. 그는 "지금 경쟁력이 있는 일본의 소부장 기업들이 우리나라에서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또 이를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경쟁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분야들도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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