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들 "다른 국가들처럼 검토기간 줄여야"
국조실 "중복사업 피하려면 지금이 바람직"

정부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이 '최소한 2년 전부터 예비검토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 탓에 신속하게 추진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한국에서 추진되는 대부분의 ODA 사업은 ‘예비검토제’에서 시작한다. 예비검토제란 ODA 실시 2년 전에 기관끼리 내용을 공유하는 제도다. 부처별 ODA 담당자들이 사업내용을 ‘예비사업정보 모니터링 시스템’에 올리는 방식이다. 사업 시행이 1년 앞으로 다가오면 예비검토 결과를 반영해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마련하고, 본격적인 사업조정을 시행한다. 이후 예산안 반영까지 이뤄지면 다음 해부터 사업에 착수한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6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6차 국제개발협력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6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6차 국제개발협력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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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ODA 담당자들은 예비검토제를 두고 ‘2년 뒤에야 ODA를 하는데 너무 느리다’고 토로한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개발도상국은 정치 상황이 급변하는 경우가 많고 국제 환경에 따라 원하는 사업도 급변한다”면서 “개발도상국이 ODA를 요청해서 2년 뒤에 실시하려고 보면 지도자가 바뀌었거나 대외환경 변화로 사업이 불필요해진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느린 속도 탓에 우리 정부가 하려던 ODA를 다른 국가에서 채가는 경우도 발생한다. 한국에 ODA를 요청하면 2년이 걸리는데, 대다수 원조 선진국은 보통 1년여 만에 원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ODA 업무를 담당하는 다른 부처 관계자는 “ODA도 어떻게 보면 선진국 간의 경쟁”이라면서 “우리가 적기에 ODA를 제공하지 못하면서 일본이 유사 사업을 선점해버린 적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이 때문에 범부처 ODA 회의가 열리면 예비검토제를 개선해달라는 담당자들의 건의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자체적으로 개선안을 마련해 건의한 부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ODA 총괄부처인 국무조정실은 예비검토제가 중복사업 방지와 사업 연계 차원에 효율적인 만큼 현재 방식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2013년 이전에는 1년 전부터 사업을 점검하다 보니 유사 사업이 중복으로 추진됐는데, 지금은 2년 전부터 미리 사업을 들여다보니 내실 있는 사업추진이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국조실 관계자는 “예비검토제는 중복을 피하고 연계·협력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이라면서 “적극 권장 사항이고 의무가 아닌 만큼 예비검토제로 등록하지 않았다고 해서 사업을 못 하게 되는 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정보를 같이 공유하자는 거니까 부작용이라는 게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서는 예비검토제를 보다 유연하게 운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정부 ODA 관계자는 “예비검토제를 건너뛰려면 장관의 직인이 담긴 사유서가 필요했던 적도 있다”면서 “예비검토제 없이 빠르게 수행한 ODA는 대략 10% 남짓”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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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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