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는 사람들이 안고 있는 번뇌라는 병을 치료하는 의사로 비유되곤 합니다. 세상에 병의 종류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지만, 시대가 변하고 의학이 발전할수록 그 종류는 더욱 많아지고 치료법도 다양해질 것입니다.
불교에는 '백팔(108)번뇌'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우리를 힘들고 괴롭게 하는 번뇌의 종류가 많다는 것을 뜻합니다. 또한 중생의 괴로움을 나타내는 데에는 '번뇌'뿐 아니라, 그 밖에 여러 가지 용어가 사용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불교에서 헤아리는 번뇌에는 종류도 많고, 이를 표현하는 용어도 다양합니다. 이것은 우리의 성향과 능력, 처해 있는 상황과 환경 등이 모두 저마다 다르며, 따라서 붓다의 설법도 다양할 수 밖에 없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붓다의 설법을 흔히 '팔만사천의 법문'이라고 합니다. '팔만사천'이란 일종의 비유적인 표현으로 무수히 많은 가르침을 베풀었음을 말합니다. 이러한 팔만사천의 법문은 중생의 다양성을 고려하여 내린 붓다의 맞춤 처방과도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병과 그에 대한 처방의 비유에는 중요한 시사점이 있습니다. 처방은 병의 종류와 증세에 따라 다양하지만, 치료의 목적은 하나라는 사실입니다. 바로 건강의 회복이지요. 붓다의 가르침도 그와 같습니다. 불교 전통에는 무수히 많은 가르침이 전해지지만, 그 가르침들은 모두 번뇌를 제거하고 지혜를 계발하여 궁극의 자유와 행복에 이르는 것을 지향점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 치병(治病)의 비유를 <법화경>의 용어로 설명하면, 붓다가 중생의 상황에 맞추어 설한 가르침을 '방편'이라고 하고, 방편을 사용한 궁극적인 목적을 '진실'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방편은 다양하지만, 진실은 하나일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이는 훌륭한 스승이라면, 제자들의 능력에 맞추어 여러 가지 방법으로 가르치지만 가르침의 목적은 다르지 않은 것과 같습니다.
-하영수, <인문학 독자를 위한 법화경>, 불광출판사, 1만6000원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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