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매월 발표하는 5월 경제심리지표는 2009년 5월 이후 최저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한편 최근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7%가 경제가 나쁘다고 응답했으며, 좋다는 응답자 비율은 20%에 불과했다.
수출과 내수, 제조업과 서비스업 총체적으로 불황의 모습이 역력하다. 은행들의 기업 대출은 크게 경기가 악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5개월 동안 작년 동기의 64%에 불과하다. 특히 개인사업자 대출은 작년 동기의 4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되었다. 65세 이상 고령층이 5월 취업자 증가의 78%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고용 사정도 어렵다. 소득과 소비의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어 저소득 계층의 경제적 고통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야당의 추경 편성 요구에 대하여 “세수 부족에도 불구하고 추경을 편성하자면, 나라 살림을 도대체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며 으름장을 놓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5월 25일 기자회견에서 “(저성장 문제를) 재정·통화정책 등 단기정책을 통해 해결하려는 것은 나라가 망가지는 지름길”이며, “한국 경제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중요한 것은 사회적 합의를 통한 구조개혁”이라고 지적했다.
재정이 적자 상태이니 추경을 할 수 없다는 추 부총리의 답변도 맞고, 돈을 찍어서 성장률을 높이는 정책을 써서는 안 된다는 한은 총재의 주장도 맞다. 그렇다면 깊어 가는 불황에 어려워져 가는 민생에 대하여 어떤 정책대안을 가졌는지에 대해서도 부총리와 한은 총재는 답해야 한다. 대안이 없다면, 국민들은 각자 알아서 각자도생하라는 것인가? 정부와 한은이 외면하고 있는 불편한 진실은 현재 정부의 거시정책은 총체적으로 부적합성 문제를 안고 있으며, 그 결과로 민생은 고통의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경기가 빨리 호전되는 것이다. 당초 전망은 ‘상저하고’(上抵下高)로 하반기에는 수출주도로 불황을 벗어날 것이라는 희망이라도 있었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수정 전망에는 이미 하반기 경기 호전이 수월치 않을 것을 시사하는 하향 조정의 고민을 내포하고 있다. 중국은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과다 부채 등의 내환으로 ‘re-open’효과‘를 보일 여유가 없으며, 미국 경제는 하반기 경기후퇴의 어두운 그림자로 휘청거리고 있다. 한마디로 하반기 수출과 경기가 상반기보다는 나아지겠지만 불황을 벗어날 만큼 호전이 될지는 낙관하기 어렵다.
2011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무려 5년 반의 침체기를 겪었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코로나 팬데믹의 후유증과 신냉전으로 성장엔진이 고장 난 세계 경제가 단기간에 회복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지나치게 안이한 전망이다. 하반기에도 경기 호전이 기대보다 부진하여 민생의 어려움이 깊어진다면, 그때도 정부는 재정적자에 책임을 돌리고 빈손으로 있을 것인가?
정부와 한은이 주목해야 할 사실은 민생은 코로나 3년의 후유증으로 회복력이 미약해진 상태에서 불황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자영업자들은 4년째 소득 감소의 고통을 겪고 있다. 이제라도 정부와 한은은 하반기 경기회복이 부진할 가능성을 전제하고 민생 문제를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하반기 회복만 바라보고, 국민들에게 알아서 각자도생하라는 것은 책임 있는 정부의 정책이라고 할 수 없다. 어떤 상황에서도 정부는 민생의 마지막 보루로서 민생을 위무하는 정책을 제시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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