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기술이전율 OECD 최저수준
나홀로 집중…독자 R&D 90% 넘어
산학협력 등 생태계 형성 매진해
2000년 이후 연구개발(R&D)에 대한 전 세계 투자는 약 3배 증가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R&D가 차지하는 비중인 R&D 집약도는 우리나라가 매년 1, 2위를 다툰다. 그 덕에 한국은 블룸버그가 선정한 혁신지수 1위 국가를 오랜 기간 점유했다. 국제연합(UN) 산하 세계지식재산권기구가 발표하는 글로벌혁신지수 순위에서 지난해까지 스위스는 12년 연속 1위를 지켰다. 지난해만 보면 미국이 2위, 스웨덴이 3위였고 한국은 6위로 아시아 1위였다.
우리의 객관적인 혁신지수가 저 정도로 높을까? 블룸버그 혁신지수 1위 현상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 외화내빈의 실상을 보여주는 결과라는 세간의 평이 있다. R&D 집약도 외에 대학진학률 같은 양적 지표로 올린 점수니 완전히 틀린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미국에서는 날로 비싸지는 학자금에 높아지는 블루칼라 임금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줄고 있다. 시급이 늘자 학위의 효용성에 의문을 품은 젊은이가 블루칼라 취업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의 혁신이 저하한 걸까? 아니다.
우리나라 특허 숫자는 높지만 특허기술의 우수성을 나타내는 피인용도나 특허출원 수가 아닌 쓸 만한 특허는 미국의 5분의 1 수준이다. 특허의 기술 이전율과 사업화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이다. 국제특허가 증가했지만 중국과 일본에 뒤지고 있다. 올해 세계가전쇼(CES)에서 미국소비자기술협회가 발표한 글로벌 혁신지수에서 한국은 70개국 중 26위를 기록해 혁신 챔피언 그룹에 포함되지 못했다. 왜 그럴까를 생각하는데 혁신이 변화에 대한 수용성을 말한다면 수긍이 간다. 혁신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혼자 비료를 많이 줄 게 아니라 함께 꽃을 피우는 토양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국내 제조업의 경우 독자 R&D 비중이 90%를 넘고 나홀로 R&D에 집중해 개방형 혁신 생태계 조성과는 거리가 멀다. 혁신기업이 성장할 생태계가 마련되지 않았다면 개별산업 육성을 위한 산업정책은 무의미하다.
보스톤 컨설팅 그룹이 발표한 2023년 최고 혁신 기업 50위 순위는 이를 여실히 말해준다. 이 순위는 글로벌 마인드 공유, 업계 동료 견해, 산업 파괴력, 가치창출(주식가치 상승)의 4개 분야로 평가했다. 그나마 삼성이 애플, 테슬라,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모더나에 이어 7위라 위안이 된다. 2013년 대비 혁신기업의 점유율이 증가한 국가는 미국(1위)과 중국(2위)뿐이다. 화웨이가 8위로 중국의 혁신을 선도했다. 유럽 국가의 점유율이 밀렸고 일본(8위)과 한국(10위)의 점유율도 감소했다.
개방형 혁신 시대에는 산학연정 협력이 중요하다. 현재 우리의 지식재산정책은 국가차원, 그것도 중앙정부에 집중돼 있다. 지역에 특화된 지원과 역량이 부족하고 지역 간 불균형도 심화돼 있다.
숫자에 매몰되지 않고 개방형 혁신 생태계 경제를 조성하는 게 국가 번영의 열쇠다. 이웃나라 일본이 개방형 혁신으로 부활하고 있다. 반도체만 보더라도 대만 TSMC, 미국 마이크론과 웨스턴 디지털의 반도체 공장을 유치해 일본 소재, 장비업체와 협력을 유도하고 있다. 일본 8개 기업이 함께 반도체회사 라피더스를 설립해 2나노 기술확보를 위해 IBM과 공동개발에 나섰다.
우리 정부나 기업이 개방형 혁신 차원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일지 생각할 시간이 다가왔다. 과기정통부가 국내 오픈소스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협업 인프라를 구축하고 오픈소스 전문가 교육을 강화하려 한다. 환영할 일이다. 이 과정에서 지역 산업 특성과 연계해 지자체, 기업, 대학이 성과의 과실을 고루 공유하는 생태계 형성에 더 매진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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